그땐 그랬지, 애국 마케팅

지난날 애국 마케팅의 모습은 어땠을까?

‘애국 마케팅’은 살아있다. 최근 일본 불매 운동이 확산되는 가운데 많은 기업들이 그 흐름에 동참했다. 시기상 광복절까지 겹치면서 ‘애국’은 개별 기업의 마케팅을 넘어 사회 캠페인 차원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지난날 애국 마케팅의 모습은 어땠을까. 그 특징을 보여주는 사례를 통해 알아봤다.

꾸준히 팔렸던 애국 마케팅

올해는 3.1 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다. 현재 일본과 경제, 외교, 안보 등 현실 정치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이유 또한 역사 문제와 결부돼 있다. 이러한 상황들이 맞물린 결과 ‘애국’은 우리 사회 다양한 영역에서 중요한 키워드로 주목받고 있다. TV프로그램 ‘같이 펀딩’에서 방송된 배우 유준상의 국기함 프로젝트가 시청자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것은 그 같은 사회 분위기를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마케팅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전략으로서 애국이 특히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이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것은 아니다. 매해 3.1절이나 광복절 같은 국경일 즈음이면 다양한 상품들 사이로 태극 문양이 넘실대곤 했으니까. 봄이면 벚꽃이 피고 겨울이면 눈이 오는 것처럼 말이다. 그만큼 시장에서 ‘애국’은 놓치고 싶지 않은 카드다. 예를 들어 CU는 2012년부터 독도 수호 및 후원 활동에 앞장서고 나라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이벤트들을 이어왔다. 특히 올해는 전국 지점의 게시판에 상품 정보 대신 국가보훈처가 선정한 ‘2019 이달의 독립운동가’ 포스터를 게시하고 있다. 굿즈를 제공하는 ‘#독립 다시 새기다’ 캠페인도 진행중이다. 이 정도로는 부족한가? 그럼 시계를 좀 더 예전으로 돌려 과거의 사례들을 살펴보자.


롯데제과 껌

1965년, 미제 껌을 몰래 팔던 길거리 아이들은 롯데제과 공식 판매원이 됐다. 이때의 사진은 8월 28일자 부산일보 7면에 ‘부산시 국산품 껌팔이 소년 직업 보도식’이라는 제목의 광고로 실렸다. “우리 모두 국산품을 애용해야 하고 어느 외국산보다 우수한 롯데 껌을 누구에게나 웃는 얼굴로 권하게 됐습니다”라는 카피는 외제품을 배격하고 국산품 사용을 권하던 당시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길거리 아이들을 채용하는 것은 국산품 사용이 곧 애국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기 위한 마케팅의 일부였던 것이다.


오뚜기 마요네즈

오뚜기의 ‘마요네즈 시장에서 살아남기’도 빼놓을 수 없다. 1981년 세계 최대의 마요네즈 생산업체인 CPC인터내셔널이 국내에 들어왔다. 이들은 시장점유율을 35%까지 끌어올리며 ‘박힌 돌’ 오뚜기를 위협했다. 이때 오뚜기는 애국심에 호소하는 방법을 택했다. CPC인터내셔널의 베스트푸드 마요네즈가 영문을 같이 쓰는 등 국제적 이미지를 동원할 때 오뚜기는 우리 자본으로 만든 고유 상표임을 부각시켰다. 이런 전략은 오뚜기가 마요네즈 시장에서 자리를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범양식품 콜라독립815


1998년에는 ‘콜라독립815’, 일명 ‘815콜라’가 출시됐다. 이들의 마케팅은 단순했다. 제품명에서 물씬 풍기듯이 애국심을 활용했던 것이다. IMF 외환위기라는 불안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해외 자본에 대항하는 국내 기업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물론 2000년대 이후 해외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밀려나긴 했지만 출시 초기 약 14%에 달하는 점유율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해외 브랜드가 압도적인 콜라 시장에서는 확실히 눈에 띌 만한 성과였다고 볼 수 있다.


삼성전자 파브(PAVV)

다음은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방영된 삼성전자 파브(PAVV) 광고다. 한일 월드컵 4강을 이끌었던 히딩크 감독과 당시 대표팀을 지도하던 아드보카트 감독이 모델이다. 네덜란드인 두 명이 나오는 광고의 카피는 다음과 같다. “이 세상 최고의 브랜드는 대한민국입니다.” 조선에 박연(벨테브레이)가 있었다면 대한민국에는 히딩크와 아드보카트가 있다. 이들은 광고에서 ‘외국인 감독’이 아닌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존재한다. 차오르는 ‘국뽕’을 느낄 수 있었던 이유다.


나라 사랑이 당연했던 시대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과거의 애국 마케팅은 지금보다 훨씬 직관적이었다. 영상이나 카피가 점차 세련된 형태로 발전해나가는 모습이 보이지만 기본적으로 ‘국산 제품’이나 ‘국내 브랜드’ 같은 이미지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즉 기업이 일방적으로 소비자를 국민으로 부르고 그를 통해 ‘소비=애국’이라는 등식을 성립시키는 방식이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만든 것 우리가 쓰자’라는 1920년대 ‘물산장려운동’의 구호가 여전히 힘을 발휘하던 시대였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개인보다 국가와 민족을 우선하는 사회 분위기 덕에 가능했다. 사실 20세기 후반을 겪었던 이들에겐 당연한 일이었다. 전쟁이 끝난 폐허 앞에서 국민은 자신을 국가와 동일시했다. 국가의 발전이 나의 발전이며 나의 발전은 국가의 발전이었다. 실제로 국가경제의 성장은 절대빈곤에 처해있던 사람들의 평균적인 삶을 대폭 증진시켰으며 국민 개개인은 모두 그러한 기적의 주체였다. 그렇게 일궈낸 나라를 사랑하는 것은 곧 자신을 사랑하는 것만큼 혹은 그보다 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애국 마케팅에서 기업과 소비자 관계는 좀 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에 가까운 양상을 보인다. 이는 소비자가 스스로 국민이라는 정체성과 약간의 거리를 두면서 가능해진 것이다. 이제 ‘국민’은 소비자의 여러 정체성 중 하나 일 뿐이다. 똑똑한 소비자는 상품과 서비스를 여러 관점에서 보고 선택한다. 이어서, 지금도 변화하고 있는 애국 마케팅에 대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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