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생각해 보는 언론 자유

열린 미디어 환경이 만들어가는 언론 자유

다시 생각해 보는 언론 자유

지난 한 해, MBC를 필두로 KBS, EBS, 연합뉴스 등 정부의 영향 아래 있는 대다수의 언론사 수뇌부가 교체되었다. 모두 정권에 유착해서 구성원들의 의사에 반한 회사 운영으로 문제가 된 언론사다.

우리나라에서의 언론 자유는 차근차근 발전해 왔다. 70년대 유신독재의 암울한 시기를 지나 발발한 80년대의 민주화 투쟁은 언론 자유를 위한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지난 연말 개봉되었던 영화 <1987>은 그 당시를 잘 묘사하고 있다. 경찰 조사를 받던 스물두 살 대학생이 사망한다. 단순 쇼크사로 몰고 가는 경찰에 맞서 여러 사람이 진실을 파헤쳐 간다. 이들의 노력으로 실체가 드러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이한열 열사 사건은 19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이어졌고, 국민은 군부 독재를 종식하고 대통령 직선제를 획득했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에서 분열된 야권은 노태우 후보에게 정권을 넘겼고, 이에 민주화 운동에 나섰던 많은 이들은 허탈감을 느꼈다. 이때, 국민주 공모를 통해 창간된 신문사가 ‘한겨레 신문’이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등에서 군부 독재에 항거하다가 해직된 기자들을 중심으로 한겨레 신문의 모금이 진행됐다. 목표는 50억 원이었는데, 대통령 선거 전까지 한 달간 총 10억 원 정도가 모였다. 대통령 선거에서 노태우 후보가 당선되면서 민주화 운동을 하던 많은 국민들이 실망했을 때, 한겨레 신문의 모금 광고 헤드라인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민주화는 한판의 승부가 아닙니다”. 서브 카피는 “허탈과 좌절을 떨쳐버리고 한겨레 신문의 창간에 힘을 모아 주십시오”였다. 이 광고가 집행된 후 두 달 만에 40억 원이 모금되었다. 이렇게 모인 50억 원의 자본금으로 1987년 12월 15일에 신문사를 차렸고 1988년 5월 15일에 마침내 창간호가 나왔다. 한겨레 신문은 이제 막 30주년이 된다.

언론 자유는 한판의 승부가 아닙니다.

그 시절 내가 일하던 대홍기획은 한겨레 신문 창간 광고를 담당하고 있었다. 당시 대홍기획의 故 강정문 이사는 동아일보 해직 기자 출신으로 ‘민주화는 한판의 승부가 아닙니다’ 카피를 직접 쓴 주인공이었다. 모금 총책임자였던 故 이병주 님도 가까이 뵙던 분이었다. 5월이 되면 특히 한겨레 신문과 관련된 많은 분이 떠오르고 그리워진다. 그리고 고 강정문 님이 썼던 카피에 언론자유를 대입시켜 본다. ‘언론 자유는 한판의 승부가 아닙니다’.

언론 자유에 대해 또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볼 문제는 언론사의 소유주와 광고 의존도인 것 같다. 언론사도 민간 기업이어서 대주주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언론사 사주는 기업의 이익을 도모하기 때문에 광고주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주요 민간 언론사 중에서 삼성그룹이나 현대자동차그룹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운 언론사는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 신문은 획기적인 생산과 유통 덕분에 대기업 의존도를 크게 낮추고 독립적인 언론의 모습을 지키기에 유리하다. 대표적인 사례로 우리나라의 인터넷 신문인 ‘오마이뉴스’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오마이뉴스’는 2000년 인터넷 신문으로 창간되었다. ‘모든 신문은 기자다’라는 신조를 가진 ‘오마이뉴스’를 미국의 ‘타임’은 “대표적인 UCC 웹사이트의 하나로서 세계의 시민 참여 저널리즘을 선도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8만 명에 달하는 시민 기자가 오마이뉴스의 가장 큰 힘이다. 미국의 ‘허핑턴포스트’도 비슷한 사례다. 2005년 창간된 허핑턴포스트는 수많은 블로거가 활동하는 세계 최대의 블로그 신문으로 성장했다.

이제 적극적인 활동을 하는 시민들이 언론의 주도권을 쥐는 시대가 되었다. 열린 미디어 환경이 진정한 의미의 언론 자유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일부 부작용도 있겠지만 권력과 금력과 소수의 엘리트 중심적인 폐쇄성에서 벗어나서 모든 시민이 주인이 되는 언론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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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저자한기훈 (‘한기훈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연구소’ 대표
khhan6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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