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생태계의 굳건한 자립을 위해, 안장원 한국디자인산업연합회장

6,600여 디자인 기업을 대변하는 전문조직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한국디자인연합회. 사회 혁신을 주도하는 자립단체로 거듭나고자 한다.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먼저, 월간 Di 독자들에게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이음파트너스의 대표이사로, 미국환경경험디자인협회(SEGD) 서울 대표 회장 및 한국디자인기업협회에서 확대 개편된 한국디자인산업연합회 초대회장을 맡고 있는 안장원입니다. 제가 중점을 두고 추구하는 디자인 키워드는 ‘문화가치를 담은 감성적 소통’입니다. 디지털 미디어, 스마트 환경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4차 산업환경에서도 우리의 생활 공간은 아이러니하게도 아날로그 공간과 환경의 지배를 받고 있습니다. 이음파트너스는 이러한 생활공간에서 고객의 경험적 가치를 디자인으로 승화시켜 명소화하는 공간/환경 경험 디자인 회사입니다.

세계 최고 권위의 미국 환경경험디자인협회에서 주관하는 ‘SEGD 글로벌 어워드’에서 국내 최초 수상 및 아시아 최다 수상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2017년에는 대한민국디자인대상 산업포장을 수훈한 바 있습니다. 대표적인 프로젝트로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 DDP의 웨이파인딩(Wayfinding) 디지털 미디어 계획을 비롯해, 서울대학교병원 대한외래 공간디자인, 김포공항 고객편의공간 및 안내체계, 삼성 브랜드의 아웃도어 미디어 글로벌 관리 기준을 수립한바 있습니다.

이어 한국디자인산업연합회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국내 수많은 디자인 관련 기업 중 한국디자인진흥원을 통해 등록된(2019년 현재 약 6,600여 개 기업) 공인 디자인 전문 회사들로 1994년 결성되었습니다. 신고제 전환 이후에도 대한민국 디자인 산업을 대표하는 각 분야의 대표 디자인 기업들이 소속된 단체입니다. 전국 5개(대구/경북, 부산, 광주, 대전, 인천) 단체(지회)와 제품 디자인, 시각정보 디자인, 패키지 디자인, 공간환경 디자인, 디지털멀티미디어 디자인, 서비스 디자인, 생활산업 디자인, 융합 디자인 분과를 두고 있는 디자인 전문 기업 연합 단체로, 회원사 상호 간의 교류 및 협동을 통한 자질 향상과 창조적 연구활동을 장려함으로써 국가 산업 및 국민 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한 산업 디자인의 선진화 창달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간 디자인 업계는 말 잘 듣고 정책에는 관여하지 못하는 디자인 협단체의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말 잘 듣는 디자인 단체에서 할 말은 하는 디자인 이익단체로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위해 2019년 1월, 기존 (사)한국디자인기업협회에서 (사)한국디자인산업연합회로 명칭과 조직구성을 변경하고, 6,600여 디자인 전문 기업을 대변하는 전국 조직으로 새롭게 출발했습니다. 디자인 산업계의 실질적인 이익단체 역할을 하며 사회 혁신을 주도할 수 있도록 충실히 임무를 수행해 나갈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국디자인기업협회와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전신인 한국디자인기업협회도 그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디자이너와 디자인 전문 기업의 애로를 대변하는 여러 일들을 해왔습니다. 설립 이래 25여 년간 대한민국 디자인 산업의 대표 단체로서 ▲산업디자인진흥법 개정 ▲디자인 표준 계약서 제정 ▲디자인 피해 신고센터 운영 ▲디자인 산업 대가기준 마련 ▲디자이너 경력 관리 등을 통해 디자인 권익 보호를 위한 다방면의 디자인 정책 활동을 전개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국내외 우수 디자인 발굴을 위한 잇-어워드(it-Award) ▲‘40인의 의자’ 등의 디자인 포럼 및 세미나 개최(교육 활동) ▲일일학습병행제 사업 ▲산학 맞춤 기술인력 사업 ▲NCS 사업 ▲디자인 기업 M&A 연구 사업 등을 통해 디자인 역량 증진과 기업의 성장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전개했고, 특히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 디자인 시장 진출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함으로써 회원사의 디자인 수출 및 글로벌 디자인 기업화를 위해 일해왔습니다.

그러나 조직력의 한계와 4차 산업환경에서의 사회 혁신 주도를 위해 우리 자신들도 변해야 함을 절감했습니다. 친목적 성격에서 조직화를 통해 우리의 애로와 현안을 우리 스스로 해결하지 않으면 누구도 우리 문제를 해결 해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가장 중요한 변화는 ‘조직화된 시스템 구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현재 디자인 산업의 현황은 어떻게 보고 계시나요?

한국의 디자인계는 등록된 디자인 전문 기업 수만 6,600여 개, 미등록 디자인 기업 포함 직간접 디자인 업계 종사자만 70여 만 명을 상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산업 환경 변화로 인해 이 인력을 수용할 만한 수요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며, 이로 인해 졸업생을 비롯한 4050 퇴직자들의 생계형 창업이 늘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런데 시장은 학계와 디자인 전문 기업의 산업적 역할이 제대로 구분되어 있지 않고 산학이 뒤엉켜 있습니다. 디자인 시장의 가치를 하락시키는 이러한 산업 환경을 어떤 방법으로든 정책적으로 개선해야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타 산업과는 달리 직접적인 디자인 인력과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관련 예산이나, 인프라 측면 등에서 상대적으로 미흡한 부분이 많은 것이 또 하나의 현실입니다. 4차 산업환경에 맞는 맞춤인력 양성으로 인력과잉공급 문제를 해결할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며, 산학의 역할에 대한 분명한 기준 수립, 디자인 진흥을 넘어 다변화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와 산학의 공동 노력이 시급한 시점입니다.

이외에 오랜 기간 디자인 영역에서 활동하시며 느끼신 또 다른 산업의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분단국가인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사실상 고립된 섬나라와 다름없습니다. 규모만 봐도 글로벌 관점에서 한국의 디자인 내수시장은 그리 크지 않은 시장입니다. 그런데 이 작은 시장에서 서로 간의 치열한 경쟁 때문에 디자이너 사이에 칭찬과 격려, 화합의 문화가 점차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서로를 칭찬하고 격려하고 또 인정해주는 문화가 우리 내부에서부터 생겨나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한, 디자인 업계가 아닌 외부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도 존재합니다. 우리의 고민에 공감하지 못하고 되려 반문하는 이들도 적지 않지요. 디자인 단가가 낮다는 이야기에 “당신들의 출혈 경쟁의 결과 아닌가?” 100억 원 대 매출 디자인 전문 기업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작은 디자인 용역에 길들여져 있으니 그게 가능하겠는가?”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를 지적하는 이야기에 “시장도 없는데 그러면 디자인 업계에서는 무엇을 했는가” 라고 말이죠.

한편으로는 이러한 반응들이 지금까지 우리가 보인 소극적 한탄 때문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는 실질적인 고민과 그에 따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지, 추상적인 이야기만으로는 바꿀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슬프지만 현실입니다. 우리 디자이너, 디자인 기업도 스스로 반성하고 바뀌어야 할 부분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이러한 디자인 산업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앞으로 더욱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 연합회에서는 올해 어떤 사안들을 중점적으로 진행하실 예정인가요?

3월 개최된 ‘디자인사업 대가기준 공청회’에서 마무리 발언 중인 안장원 연합회장

당면 과제로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산업 디자인 진흥법 개정 통과가 있습니다. 디자인 기업의 발전을 위한 내용이 담겨있는 부분 개정임에도 진척이 없네요. 어떻게 되겠지가 아니라 꼭 될 수 있도록 설득하는 것이 저희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째로는 디자이너 경력관리 제도의 조기 정착입니다. 디자이너의 이동이 심하고, 영세 디자인 기업들이 많다 보니 우리 산업 내에서는 창업과 폐업이 수시로 일어납니다. 그래서 그동안의 경력 확인이 안 되어 경력 손해를 보는 디자이너도 많고요.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한국디자인진흥원과 몇 년에 걸쳐 디자이너 경력관리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일일이 전 직장을 찾아가 경력 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이제 이곳에서 확인된 경력 증명 하나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공공기관이나 일반 기업 취업 시, 또는 공공기관 제안서 제출 시 인정될 수 있도록 확산하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셋째로 디자인 사업 대가기준 정착화입니다. 공공발주 용역에 대하여 디자인 산업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대가에 대한 기준 없이 발주되던 그간의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한국디자인진흥원과 (사)한국디자인산업연합회는 산업통상자원부 의뢰로 지난 3년(2016~2018) 동안 연구를 진행해 왔으며, 올해 ‘실비정액가산방식’을 통한 디자인 사업의 대가 기준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공청회 개최와 4월 경 고시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를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디자인 예산 수립 및 발주 시 대가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도록 더욱더 많은 홍보를 해 나갈 예정입니다.

이 밖에도 디자이너 및 디자인 기업의 권익 보호를 위해 여러 활동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예정입니다. 디자인 업계와 기업의 권익을 대변하는 이익단체로 강화되기 위해서는 우선 권위를 확보해야 겠죠. 이를 위해서는 첫째, 진성 회원사를 확대하고 둘째, 하나하나의 회원사가 실질적 혜택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하며 셋째,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는 노력을 이어가려 합니다. 디자이너의 창의적 철학을 존중하면서도 ‘나’에서 ‘우리’로, ‘나의 이익’에서 ‘공동의 이익’으로 마인드를 더 확장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입니다.

임기 기간 내 이루고 싶으신 목표가 있으시다면?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앞서 말했듯이 대한민국 디자인 전문 기업들의 이익 단체로서 그 역할을 기존보다 더욱 강화해 나감으로써 연합회의 품격과 위상을 정립할 것입니다. 두 번째로는 이러한 위상을 정립하고 보다 제고하기 위해 자립 운영체제를 확립하고자 합니다. 회원사를 대상으로 실질적인 혜택과 단체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만드는 마케팅을 강화해 실 회원사를 확대해 나갈 것이며, 자체 사업 발굴 및 기업 후원 강화 등을 진행할 것입니다.

끝으로, 전국의 수많은 디자이너와 디자이너를 지망하는 학생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본인 인생의 내비게이션을 꼭 준비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한국 디자인계는 매년 2만 5,000여 명의 디자인 관련 학과 졸업생을 배출하는 분야로, 전체 산업 중에서도 최대 규모입니다. 단순 계산하더라도 10년이면 25만 명, 20년이면 무려 50만 명이죠. 여기에 아시아로 확장해 중국, 일본에서 배출되는 인력, 더 나아가 유럽과 미국 등 전 세계로 시선을 넓힌다면 어마어마한 수의 인력들이 배출되고 있는 셈이죠. 지금의 학생들은 바로 이들과 경쟁해야 합니다.

따라서 스스로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찾고, 이들과의 경쟁에서 차별화될 수 있는 자신만의 정밀한 계획을 수립 및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몇몇 대학에 특강을 갔을 때 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학생은 자신이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세요? 1년 뒤, 5년 뒤, 그리고 10년 뒤 본인 삶의 내비게이션을 가지고 있나요?” 분명하게 대답하는 학생은 별로 없더라고요. 어느 목적지를 찾아 갈 때 일상에서도 지도와 내비게이션을 따라가는데, 하물며 본인 인생에 목표와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안 될 것입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이 세상은 살 만한 세상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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