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크리에이터 페스타

우리 동네를 가꾸는 사람들

“여러분, 오늘 우리가 어디에 모였죠? 서울? 아니죠. 성수동입니다.” 사회자의 한 마디에 행사 취지가 온전히 담겼다. 우리 동네, 우리 지역. 내가 발 딛고 있는 공간을 좀 더 구체적으로 인식해보자는 뜻일 테다. 최근 ‘지역’이 새로운 가능성을 품은 무대로 조명받고 있다. 국가나 세계가 아닌 더 작은 범위의 일상적 공간에 가치를 두는 것이다. 우린 지역에서 무엇을 찾을 수 있을까. 지난달 11일부터 12일 성수동 에스팩토리(S-Factory)에서 열린 ‘로컬 크리에이터 페스타’에 다녀왔다.


지역에 살다, 로컬 크리에이터

‘로컬 크리에이터’는 각지에서 지역의 문화와 가치를 만들고 그것을 산업화해 나가는 이들을 가리킨다. 결과물의 소비자는 역시 같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다. 말하자면 로컬 크리에이터는 지역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주민들을 이어주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로컬 크리에이터 페스타는 바로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각자의 경험을 선보이고 나누는 기회를 제공한다. ‘서울 대 지방’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서는 교류의 장. 일상적 공간에서 다음 삶을 그리고자 하는 바람들이 모여든 곳. 저마다 다른 환경에 처했어도 지역이라는 동일한 지위를 갖고 만날 수 있는 자리.

사람은 사람 주변에 모이고

전시장에 들어서면 로컬 크리에이터들의 프로필부터 볼 수있다. 크게 전시된 프로필 옆에는 엽서 형태로 축소한 것을 비치했다. 관람객은 흥미롭게 여긴 로컬 크리에이터의 프로필을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다. 전주를 한복의 도시로 만든 ‘한복남’ 박세상 대표, 서퍼들의 발길을 양양으로 이끈 서피비치 박준규 대표, 대전의 로컬 콘텐츠를 만들고 지역 청년들의 성장을 모색하는 ‘도시여행자’ 김준태 대표와 박은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등 모두 단순한 모임 이상의 기업 형태를 갖춰 운영하는 사람들이다. 자연스럽게 해당 지역에서 가볼 만한 곳 리스트를 생각하며 이들의 프로필을 보게 된다.

‘LOCAL’에서 찾을 수 있는 것

전시는 LOCAL의 철자를 따서 만든 다섯 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Lifestyle’, ‘Opportunity’, ‘Community’, ‘Alternative’, ‘Learn’이 그것이다. 각각의 주제에 어울리는 로컬 크리에이터의 활동을 보여주고 있었다. 예컨대 ‘Lifestyle’에는 “익숙한 것을 창의적인 인사이트로, 오래된 것을 전통있는 헤리티지로, 외면한 것을 감각있는 리브랜딩으로”라는 설명이 따르는데, 여기에는 ‘인디053’, ‘세상상회’, ‘도시공감협동조합’ 등이 자리 잡고 있다. 한 군데를 살펴보자. 인디053은 독립문화예술을 뜻하는 ‘INDIE’와 대구 지역번호 ‘053’을 더한 이름이다. 대구를 중심으로 문화예술네트워크, 로컬 문화정책 개발 등의 커뮤니티 활동을 함으로써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찾으려 한다.

로컬 크리에이터

한 걸음 더 들어가니 반가운 공간을 만났다. 대전에서 지낼 때 종종 찾았던 ‘도시여행자’가 전시장 한쪽에 팝업 서점을 차렸다. 벽에 걸려 있는 도시여행자의 시그니처, ‘영수증 서점 일기’를 보니 낯선 곳에서 고향 친구를 만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지역 이야기를 담은 여러 책은 물론, 도시여행자에 관해 묻는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는 대표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 반대편에는 굿즈 판매장이 마련됐다. 색색의 옷가지와 침구류 등을 진열해 눈길을 끌었던 천연염색 브랜드 ‘천연염색 바른’을 포함해 여섯 개의 지역 기업이 자사 제품을 소개하며 방문자들과 소통했다.

무대 프로그램

메인 무대에서는 다양한 강연과 간담회가 진행됐다. 공동조직위원장이자 『골목길 자본론』의 저자인 모종린 연세대 교수가 기조 강연을 통해 시작을 알렸다. 특히 “지역을 버리면 그다음은 나라”라는 모 교수의 말이 힘있게 다가왔다. 튼튼한 국가공동체란 여러 색깔을 가진 지역이 바탕이 돼야 한다는 것이 핵심 메시지였다. 그는 최근 지역이 주목받고 있는 현상이 한국이 점차 다양한 취향을 인정하는 공동체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도 덧붙였다. 모 교수 외에도 여러 로컬 크리에이터가 무대에 올라 앞서 언급한 LOCAL의 다섯 가지 주제와 관련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제2회’를 기원하며

전시장이 전부는 아니었다. 자유로운 콘퍼런스 공간도 있고, 지역 이야기를 담은 프로그램을 상영하는 로컬 시네마도 있었다. 행사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풍부하면서도 짜임이 허술하지 않았다. 처음이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아도, 취지를 충실히 담아낸 행사였다. 다양한 로컬 크리에이터들의 활동을 살펴보면서 지역이 품은 새로운 가능성의 재료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과 공간이 관계 맺는 이야기가 하나의 콘텐츠가 되고, 이러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형성된 산업이 지역의 브랜드화를 이끈다. 취향의 공동체가 창업 생태계로 나아가는 중심에 콘텐츠의 산업화가 있다. 그 경험을 더 많이 나눠야 한다. ‘제2회 로컬 크리에이터 페스타’를 기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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