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폰을 잡는 순간, 장르는 사라진다 백영욱 매스메스에이지 감독

다니엘 헤니의 바로 그 광고를 제작한, 백영욱 감독을 만나다.

감독이라면 장르가 무엇이든 자기만의 스토리텔링 공간이 필요합니다.


Q. 안녕하세요, 월간 Di 독자분들께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매스메스에이지(MassMessAge) 프로덕션 백영욱 감독입니다. LG애드(현 HS애드)에서 10년간 근무하다 매스메스에이지 감독으로 일을 한 지 11년이 넘었으니, 광고 분야에서 20년 넘게 활동했다 할 수 있겠네요. LG애드에 처음 카피라이터로 입사했는데, 영어를 하는 프로듀서가 필요하다고 해 PD 일을 배웠던 것이 자연스럽게 지금 하는 일과의 다리 역할을 해준 것 같습니다.

Q. LG애드 PD 시절 본인이 참여한 작품 중, 기억에 남는 캠페인 몇 가지를 소개해 주신다면?

우선 초원을 배경으로 유목민의 모습을 담아낸 대한항공 ‘몽골 편’이 있는데, 이 작품으로 한국 방송광고대상에서 대상을 받았습니다. 또 배우 전지현 씨와 당시 무명이었던 다니엘 헤니 씨를 흑백 영상으로 감각 있게 그린 ‘올림푸스 67’도 기억에 남는데요, 개인적으로는 헤니씨와 친분을 쌓게 된 첫 작품이기도 하죠.


↑대한항공 ‘몽골 편’ 출처. vimeo.com/103882409


↑ ‘올림푸스 67’ 출처. youtu.be/YOoG5U2c18c

Q. LG애드를 그만두고 감독으로 전향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영상 분야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있었습니다. LG애드에서 PD 일을 하다 보니 영상 제작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커졌고, 실제 유학 준비도 했었죠. 마침 그때 박명천 감독님께서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하셨습니다.

아이디어를 직접 연출함으로써 보다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갈증을 느끼던 찰나에 정말 감사한 제안이었고, 2007년도에 매스메스에이지에서 본격적으로 일을 하게 됐습니다.

Q. CF 감독으로서 백영욱을 알린 작품 서너 편을 꼽아본다면?

대한항공 A380 도입 당시 처음으로 내부 인테리어를 보여줬던 ‘Prestige Class & Celestial Bar 편’, ‘Where Dreams Are Made 편’ 등이 진행 규모상으로는 가장 컸습니다. A380의 Where Dreams Are Made라는 카피는 감독인 제가 직접 쓰기도 했죠.

아웃백 스테이크 하우스 시리즈 이후 다니엘 헤니씨와 오랜만에 만나 작업했던 맥도날드 시그니처 버거 캠페인도 많은 분이 기억하시는 작품입니다.

또 가장 최근 작품 중에는 할리우드 스타일의 안무와 와이드 스크린 비율로 눈길을 끈 롯데 기업 pr 뮤지컬을 꼽을 수 있겠네요. 저는 현장에서 배우가 자유자재로 연기할 수 있도록 그들만의 분위기와 공간에 대한 여지를 두고 라이브하게 찍는 것을 선호합니다.

광고는 다른 장르보다 짧은 초수에 이야기를 담아내야 하는데,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진심 있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너무 작위적으로 연출하는 것 보다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대한항공 A380 ‘Where Dreams Are Made 편’ 출처. vimeo.com/143979642


↑맥도날드 시그니처 버거 ‘Grilled Mushroom Burger 편’ 출처. vimeo.com/219820614


↑롯데 기업 PR 뮤지컬 ‘Lotte Way Of Life’ 출처. vimeo.com/249610970

 

Q. 최근에 작업하신 ‘이스트 앤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East and West Side Story)’도 잘 봤습니다. 해당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해 주신다면?

핀에어와 헬싱키 반타 국제공항이 함께한 ‘Match Made in HEL’ 캠페인 일환으로, 브랜드 필름 성격의 단편 영화를 제작하는 일이었습니다. 아시아와 유럽의 만남(Meaningful Encounters)을 주제로 두 명의 감독이 공동 연출하는 방식이었는데, 스웨덴의 ‘B-reel Films’에서 제게 아시아 담당 감독으로 함께 일해보자고 제안해 참여하게 됐습니다.

B-reel Films는 배우 에바 그린과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주연으로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노미네이트된 영화 ‘Euphoria’를 제작한 곳으로 유명하죠. 그 B-reel Films의 스웨덴 출신 요한 스톰 감독과 팀으로 작업했는데, 두 곳의 클라이언트(핀에어, 헬싱키 반타 국제공항), 두 곳의 대행사(Mirum Agency, TBWA 헬싱키), 그리고 두 명의 감독. 저도 처음 경험해본 작업 방식이어서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East and West Side Story’ 출처. www.youtube.com/watch?v=gu0mxoPKHGY


↑‘East and West Side Story’ 헬싱키 레드카펫 시사회 사진. 백영욱 감독 제공

Q. 두 명의 감독이 함께 연출한다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작업 방식은 어땠나요?

영화는 헬싱키에 방문한 미국의 유명 SF 소설가(안네 버그스테트 분)와 그녀를 촬영하러 온 사진작가(재훈 분)의 만남을 스토리로 합니다. 사진작가가 등장하는 서울 분량은 제가, 소설가가 등장하는 헬싱키 분량은 요한 스톰 감독이 각각 촬영했습니다.

영화에서 두 주인공이 한 장소에 등장하는 장면은 크게 두 번 있는데, 스타일이 다른 두 감독이 이를 공동 연출하는 건 불가능하다 판단했죠. 두 개의 씬을 나눠 각자 촬영하되, 캐릭터에 대한 조언 정도로 협업을 진행했습니다.

저는 두 주인공이 공항에서 만나는 엔딩 씬을 연출하게 되어 부담스럽기도 했는데, 광고주와 대행사가 최대한 연출의 자유를 줘서 좋았습니다. 고마웠던 건 오프라인 가편집본을 받고 제가 피드백을 드렸는데, 대행사 측에서 제 의견을 모두 반영해 주셔서 결과물도 잘 나온 것 같습니다.

Q. 두 편의 단편 영화 <한 잔>과 <서울 투어>를 제작하기도 하셨는데, 단편 영화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영상에 대한 제 관심의 출발은 사실 영화입니다. 단편 영화는 매스메스에이지 대표이신 박명천 감독님께 감사한 부분인데, 감독님은 매스메스에이지를 단순한 CF 제작사라 한정 짓지 않으시고 감독들의 개인 프로젝트를 일정 부분 지원해주고 계십니다. 잠시 여유가 있었던 시기에, 아이디어를 말씀드리고 단편 영화를 해봐도 될지 조언을 구했는데 흔쾌히 서포트 해주셨죠.

그렇게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처음 만든 단편이 ‘한 잔’인데, 한 편을 하고 나니 마치 도미노처럼 여러 연결고리가 만들어졌고, 그렇게 한 잔이 나온 지 2년 만에 ‘서울 투어’도 빛을 보게 됐습니다.

 

↑‘한 잔’, ‘서울 투어’ 스틸 출처. vimeo.com/147080204, vimeo.com/198012751

Q. 두 편 모두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도 많이 하신 것으로 압니다. 

‘한 잔’은 미국 ‘샌디에이고 아시아 영화제’, 독일 ‘레겐스부르크 국제 단편영화제’ 그리고 스페인 ‘마르베야 국제 영화제’에서 파이널리스트로 선정됐고, ‘서울 투어’는 이탈리아 ‘로마 씨네마 DOC 영화제’ 파이널리스트로 선정됐습니다.

모두 영광스러운 수상이지만 그중에서도 샌디에이고 아시아영화제가 특히 큰 의미로 남았는데 미국 최대 규모의 아시아 영화제 중 하나이자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이 미국에서 처음 선보여진 영화제이기 때문이죠.

Q. 감독님의 세 번째 단편은 언제쯤 만나볼 수 있을까요? 

세 번째 단편 ‘향(香, 가제)’은 이미 촬영을 모두 마친 상황입니다. 앞선 두 편과 마찬가지로 사랑에 대한 내용인데요, 판타지적 요소의 한 잔과 다이내믹한 요소의 서울투어를 통해 배운 것들을 접목해 촬영했습니다.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처음 주변에 보여줬을 때는 ‘이게 단편 영화로 가능할까?’ ‘너무 판을 벌이는 것 아니냐’라는 반응도 있었는데 무사히 촬영 잘 마쳤고, 현재 편집 작업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작은 상영관 하나를 빌려 함께 고생했던 스텝과 배우들을 초대해 시사회를 진행하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아직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현재 작가 한 분과 장편 영화 시나리오 디벨롭 작업도 하고 있답니다.

Q. 감독을 꿈꾸는 젊은 후배들을 위해서 이 직업의 매력과 힘든 점을 얘기해주세요. 

저의 경우를 말씀드리자면, 광고대행사에서 일하며 바로 옆에서 감독을 지켜봤고 심지어 감독으로서의 경험도 있었는데, 일을 할수록 이 직업이 굉장히 외로운 길이라고 느껴졌습니다. 1부터 100까지 책임지고 그림에 대한 모든 고민을 해야하고, 광고대행사와 클라이언트를 설득해야 하는 일이 많으니까요. 가끔 특강을 나가면 학생들이 비슷한 질문을 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이렇게 대답해 주곤 합니다. 화려한 결과물들이 나오기까지 혼자 걸어가야 하는 일이 많으니, 혼자서 잘 놀 수 있는 체질이라면 도전해보라고 말이죠.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감독이라는 직업이 갖는 가장 큰 매력은 여전히 변함 없습니다. 머릿속의 생각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실제 결과물로 만든다는 것, 또 그 결과물을 통해 지금까지 외로웠던 나의 시간이 사람들로 다시 채워진다는 것. 사람들의 반응이 감독에게는 가장 큰 보상이 됩니다.

Q. 예비 영상 감독들에게 조언해주실 것이 있다면?

감독은 영상인입니다. 장르가 무엇이든 자기만의 스토리텔링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CF 감독이라는 직함을 별로 안 좋아합니다. CF 연출을 하기 싫다는 뜻이 아니라, 여러 산업 분야에서 이미 장르 간 벽이 무너지는 추세인데 유독 영상 분야에서는 CF, 영화, 뮤직비디오 등 장르를 구분짓는 형태가 남아있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장르에 상관없이 최상의 영상을 만드는 사람이 결국 뛰어난 감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Q. 이건 정말 잘 만들었다고 감탄한 작품을 소개해 주신다면? 

제가 굉장히 존경하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만 출신의 웨인 펭 (Wayne Peng) 감독님과 대한항공 몽골 편을 계기로 친분을 쌓게 됐습니다. 저에게 감독은 장르 구분을 하면 안 된다 가르쳐 주신 분이기도 한데요, 이분의 작품을 모두 좋아합니다. 특히 몇 년 전 배우 금성무 씨가 출연한 대만 청화 텔레콤(中華電信) 광고를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아합니다.

감독님 스타일을 ‘느리게 걷기’에 비유할 수 있는데, 이 작품 또한 복고를 배경으로 느림과 여유의 미학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거든요. 또한, 데이빗 핀처 (David Fincher), 리들리 스콧 (Ridley Scott), 제이크 스콧(Jake Scott) 감독도 좋아하는데, 지난해 6월에는 글로벌 영상 캠페인 플랫폼 Source Creative가 발표한 이달의 감독에 제이크 스콧과 함께 제가 선정되는 영광까지 얻었습니다.

↑청화 텔레콤(中華電信) ‘心慢篇’ 출처. vimeo.com/100783228

↑Source Creative ‘A List Directors’에 선정된 백영욱 감독(하단 좌측) 출처. source.slateapp.com/director-showcase/director-showcase-june-2018

Q. 감독으로서 해보고 싶은 작업이 있다면?  

AI, VR, AR 등 기술과 결합하며 미디어 환경 또한 변화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말, 넷플릭스 오리지널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Black Mirror: Bandersnatch)’가 공개됐는데, 일반적인 서사와 달리 시청자의 선택에 따라 전개와 결말이 바뀌는 인터랙티브 방식이 사용됐습니다. 굉장히 재미있게 봤고, 영상 감독으로서 앞으로 시도해볼 또 하나의 장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마지막 질문입니다. 20년 뒤에 어떤 사람으로 평가받기를 바라시나요? 

그때가 되면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또 다른 매체 환경으로 바뀌어 있겠죠. 지금 당장 이럴 것이다 예측할 순 없더라도,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항상 선두에 서는 감독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광고나 영화처럼 제가 좋아하는 모든 장르는 그 환경을 따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그것이 기술이 됐든, 시대의 트렌드가 됐든 늘 패스파인더(Pathfinder)로서 앞장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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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Writer전찬우 기자 (jcw@ditoday.com)
Interviewer한기훈 ‘한기훈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연구소’ 대표khhan60@gmail.com
Photograph포토그래퍼 주디 joonie78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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