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팔이? 셀마켓이 우리에게 남긴 것

인스타그램의 흥행에 좌우될 셀마켓의 명운

01. 인스타그램은 어떻게 커머스가 되어가는가?
02. 인스타 팔이? 셀마켓이 우리에게 남긴 것

‘인플루언서’라 불리는 디지털 판매자들은 과거 ‘전시’ 역할만을 담당하던 쇼룸 밖으로 나와 능동적인 호스트로서 그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판매 방식은 지난 몇 년 간 소비자들의 높은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이유가 무엇일까? 단순히 인플루언서가 예뻐서? 아니면 어쩌다 보니 그들과 친해져서? 셀마켓이 흥행할 수 있었던 정확한 성공 요인과 그 과정에서 드러난 한계를 살펴보자.

셀마켓의 핵심 성공 요인①
고객 경험 중심의 콘텐츠 제공

초창기에는 인스타그램을 또 하나의 ‘쇼룸’으로서 활용하는데 그치는 판매자가 많았지만, 갈수록 콘텐츠는 효과적인 판매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갔다. 특히 코스메틱이나 패션 카테고리에서는 소비재의 외형과 기능보다도 내 몸과 만났을 때의 ‘사용감’이라는 것이 더 중요하다. 기존 상품 상세페이지에서 이런 개인적인 니즈는 판매자의 관점에서 기술된 스펙과 정보에 밀려 별도 판매자와의 Q&A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인스타그램의 동영상들은 이런 개인화된 니즈를 전면에서 보여준다. 화장품 제형의 발림성, 매트함이나 윤광 표현, 청바지의 실제 착용감, 앉았다 일어나거나 걸어 다닐 때 움직임에 따른 옷의 핏 변화 등의 첨예한 부분들이다. 그리고 실제 고객의 입장에서 마른 분이나 어두운 피부 톤은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며 제법 균형 있는(?) 팁을 던져주기도 한다. 이를 통해서 고객은 보다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받게 되었다.

셀마켓의 핵심 성공 요인②
소통의 장벽 제거와 편의성 제공

인스타그램의 판매자들은 기존 쇼핑몰 고객센터에서 느꼈던 딱딱한 형식과 거리감을 없앴다. 댓글 한 줄과 DM 하나로 공개적, 비공개적 소통이 모두 가능하며 셀 마켓 특성상 고객 응대의 주체 또한 ‘판매자 본인’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단순히 ‘인친(인스타그램 친구의 줄임말)’을 넘어 제품 구매 단계까지 고객이 경험하는 친근함과 신뢰도는 지속되었고 더 견고해지게 되었다. 이는 판매자와 고객의 사이 이상의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긍정적 심리로 작용했다.

셀마켓의 핵심 성공 요인③
판매자는 디지털 큐레이터 역할 수행

이커머스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우리는 브랜드와 제품의 홍수 속에 살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그저 싸게 사면 잘 샀다고 위안 삼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무엇이 얼마큼 더 나은지 식별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마켓은 정교해졌고, 소비자는 많아진 선택지만큼 ‘결정 장애’는 일상이 되었다.
무엇을 걸러야 할지 모르던 고객은 무엇을 사야 할지 모르게 되었는데, 인스타그램의 판매자들은 특유의 비주얼과 소통 능력으로 ‘이 제품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훌륭하게 어필했다. 홈쇼핑에 비유하자면 쇼호스트와 모델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 것인데, 공구 마켓, 한정수량, 완판, 앵콜 등 인스타그램 내에서의 ‘우리끼리 식’ 판매 용어들은, 소비자들에게 일반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기성품과는 다른 희소하고 특별한 제품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만드는데 일조했다.

“그래서 믿고 팔아줬는데, 아니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셀마켓이 발목 잡힌 취약점①
특별한 상품, 특별하지 못한 품질

셀마켓 흥행 현상을 단순히 인플루언서에 대한 열광으로만 치부하기 전에 조금 더 들여다보면 제품을 판매하는 호스트, 판매 제품 선정, 소통에 이르기까지의 3박자가 ‘개인화된 니즈’를 공략한 점에서 차별점을 갖는다. 한때 ‘나만 알고 싶은 무언가’ 코드의 유행은 이 시대 소비자들이 남들과 구별되고자 하는 니즈를 보여준다. 그동안 셀마켓은 이러한 수요를 충족시켜왔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카피 상품이 자체 제작 상품으로 돌변하고, 품질에 문제 있는 식음료가 적발되는 등 소비자 유대감과 신뢰라는 신기루 이면에 가려져 있던 품질 문제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소비자들이 ‘메이트’로 생각했던 판매자들은 효과적인 유통을 목적으로 한 ‘메신저’일뿐이었다. 나만 알고 있던 특별한 언니들에게 신뢰와 맞바꾼 제품이 사실 제값을 못하는 것이라고 인지한 순간 신뢰로 연결된 카르텔은 사라져버렸고, 판매자 자체가 곧 브랜드가 되는 셀마켓에서는 이제 어떤 방식으로 브랜드와 제품의 품질을 증명할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

셀마켓이 발목 잡힌 취약점②
팬심에 가려진 판매자의 도덕적 해이

“양쪽 길이가 다른 가방끈은 잘라 쓰시면 된다, 막힌 단춧구멍은 칼로 째서 착용하셔라와 같은 어처구니없는 댓글들로 고객분들께 상처를 줬고, 듣기 싫은 댓글은 삭제도 했었습니다.”

위 내용은 얼마 전 임블리 사태 때 인스타그램에 등록된 사과문 중 일부 내용이다. 사과문에는 브랜드를 좋아하고 지지해주는 많은 팬들이 있기에 잘못된 대처를 한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1,000명이 넘는 팬들과 콘서트를 진행하기도 했으며 이것은 연예인의 팬덤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대중의 큰 지지를 얻은 뒤에도 변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군가는 초심과 방향을 잃어버리고 돌이키기 어려운 실수와 유혹에 노출되기도 한다. 셀마켓은 이처럼 물건을 판매하면서 발생되는 이슈들을 전적으로 판매자 개인의 도덕적 수준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임블리 사태 외에도 과거 코스트코 쿠키 재판매, 영수증 발행 거부, 교환·환불 거부 사건 등 나몰라라식 운영과 판매자의 도덕적 해이에 직면해서 지금까지도 많은 분쟁을 낳고 있다. 따라서 법적 가이드라인 마련은 물론, 소비자 스스로 문제의 업체는 외면하는 일벌백계도 필요하다.

셀마켓이 발목 잡힌 취약점③
평판보다 완판이 중요한 공구 마켓 모델

셀마켓은 기존 쇼핑몰 사업을 인스타그램으로 확장한 경우보다도 공구 마켓 형태가 주를 이룬다. 회원제 기반 쇼핑몰은 그래도 지속적인 고객 평판관리를 한다. 플랫폼이 24시간 열려있고 기존 회원의 재방문과 재구매가 곧 지속적인 수익으로 전환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공구 마켓은 인스타그램이라는 플랫폼을 매개로 하는 점에서 비즈니스 모델은 같지만, 일종의 선착순 판매 방식에 가깝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세일즈에 집중하게 된다. 따라서 고객의 네거티브성 평가나 비판적 의견은 다양성 측면에서 이해되기보다 세일즈 목적에 방해요소로 받아들여지기도 하며, 실제로 친근하고 거리감 없는 소통 방식이 판매 후 케어 단계까지 초지일관으로 이어지지 않기도 한다.

‘임블리 사태’ 이후 셀마켓의 전망

여러 사건사고를 통해 이미 소셜마켓에 대한 사회적 견제와 검증의 움직임은 시작되고 있다. ‘개인화된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에 의해 셀마켓의 파이는 지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비디오 커머스의 사례를 보면 태동한지 5년이 채 지나지 않아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듯이, 셀마켓의 명운도 SNS 플랫폼, 특히 인스타그램의 흥행에 좌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인스타그램 역시 앞서 페이스북에서 그랬듯 플랫폼 세대교체의 진통을 겪는다면 향후 커머스 플랫폼의 큰 흐름은 틱톡 등의 사용자 행동 기반 숏 비디오 플랫폼이 유력합니다. 강력한 대세로 자리 잡고 있는 유튜브의 경우 5분 이상의 비디오가 주축이 되는 정보성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셀마켓 비즈니스 모델을 대체하기에 적합한 플랫폼일지는 미지수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셀마켓은 어떤 변화와 진통을 겪게 될까?

① 규제 및 가이드라인 마련

새로운 산업과 모델에 대한 규제와 방침은 늘 반박자가 늦다. 이미 셀마켓이 활성화된지는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임블리 사태를 기점으로 제도적 장치 마련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큰 틀에서는 사전 판매자격 검토와 사후 판매관리 방안에 대한 내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② 소비자의 지속적인 옥석 가리기

아이러니하지만 임블리 사태를 널리 알리고 이슈 확산에 기여한 주체는 바로 충성고객이었다.
이는 현재 연예인의 팬덤 자정작용과도 비슷한 흐름을 보여주는데, 무조건적인 지지에서 물러나 윤리적, 사회적 아웃라인을 이탈할 경우 보이콧하겠다는 선택적이고 진화된 태도를 보여준다.
소비자 시민단체는 이에 가세해 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향후에는 현재 셀마켓의 주 소비층인 여성, 뷰티, 패션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여론 형성의 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직장인들이 이용하는 ‘블라인드’앱과 같이 셀마켓에 대해 논의하는 별도의 익명성 공간을 통해서 판매자 정보를 모두 밝히지 않아도 유추 가능한 ‘뽐뿌’ 커뮤니티의 소통 형태로 공유될 것이다.

③ 인플루언서 검증 플랫폼의 등장

가장 다급히 움직이는 곳은 다양한 인플루언서 풀을 운영하는 ‘인플루언서 마케팅 플랫폼’이다. 현재 셀마켓 이슈는 그들의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스스로 계약된 인플루언서들의 검증에 나설 것이다. 기존에는 계약 내용을 얼마큼 성실히 이행했느냐를 따졌다면, 이제는 고객평판과 윤리적 여론을 검토해 보다 입체적으로 인플루언서 등급을 정하고 관리하게 될 것이다.
또한 과거 인터넷쇼핑몰의 붐이 지나간 뒤에 경험했듯이 메타 사이트가 등장할 수도 있겠다. 현재도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의 팔로워와 영향력에 기반해 카테고리 별로 순위를 부여하는 매체들이 있는데, 같은 형태로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서 활동하는 주요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 고객평가, 예상 진행 단가 등을 하나로 엮어 신뢰 가능한 매체가 등장하게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우리는 계속해서 경계와 구분이 허물어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셀마켓은 과거 블로그에서 성행한 공구 마켓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에서 더 진화된 매력적이고 유연한 방식을 선보였고, 이것은 콘텐츠보다 플랫폼 중심이었던 이커머스 시장의 큰 변화였다. 하지만 판매자와의 친밀도로 쌓아올린 신뢰가 결국 신기루였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판매자들이 진정성을 회복하고 외면한 소비자의 발걸음을 되돌릴 수 있을지 기대된다.
소비자 측면에서는 이제 ‘디지털 인맥’에서도 현실 사회와 같이 믿어도 될 사람과 아닌 사람을 필터링하게 되면서, 더이상 스타와 팬의 관계가 아닌 소비의 주체로서 엄중하게 경계하고 검증하는 현명한 고객으로서 거듭나게 될 것이다.

Author
곽태영

곽태영

비스킷플래닛 팀장 / 마케팅 칼럼니스트. 9년차 디지털 마케터 곽팀장입니다. 기획을 하고 마케팅 칼럼을 씁니다. 브런치에서 저의 마케팅 칼럼을 읽어보시고 유튜브에서도 뵙겠습니다. kty0613@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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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곽태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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