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그래픽 인사이트

플라톤 동굴의 비유와 정보의 본질

“죄수들이 지하 굴에 살고 있다. 그들은 어릴 때부터 그곳에 있었다. 다리와 목이 사슬에 묶여 있어서 움직일 수 없고, 단지 앞쪽만 볼 수 있다. 멀리 뒤쪽에서는 불이 타오르고 있다. 죄수들 뒤로는 낮은 벽이 있고, 그 뒤로 다니는 사람이나 물건의 모습이 그림자가 돼 동굴 벽에 비친다. 죄수들이 자신의 그림자가 아니라 벽 뒤쪽 모습의 그림자를 보고 있다. 이것은 마치 스크린 같다. 인형극 배우들이 자신들 앞에 스크린을 세워놓고 꼭두각시를 보여주는 것과 같다”.

플라톤의 <국가(The Republic)>에 나오는 동굴의 비유(Plato’s Allegory of the Cave) 이야기 중 일부다. 플라톤은 동굴의 비유에서 인간이 보는 것은 인형극의 그림자가 보여주는 허상(虛像)을 보는 것이고, 그림자의 실체는 볼 수 없다고 했다. 죄수가 동굴 밖으로 나와야만 그 실체 즉 본질(本質)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천 년이 지난 현재도 인간은 사물의 본질을 해석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동굴의 비유. 동굴 내부에서는 그림자라는 허상만 볼 뿐이다. 대상의 실체를 볼 수 없다.

인포그래픽(Infographic: 정보, 자료 또는 지식의 시각적 표현) 역시 정보의 본질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최근 1~2년간 쏟아져 나온 정보량은 지난 30년간 생산된 정보량과 비슷할 정도로 엄청나다. 1986년 대비 현재 인간이 접촉하는 정보량은 다섯 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여기에 사물통신, 센서정보 산업까지 급속도로 성장하면 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정보가 추가로 쏟아져 나올 것이다. 정보를 목적에 맞게 수집하고 분석한 후 효과적으로 전달하려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은 당연히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정보량의 폭발적 증가는 곧 인간이 지닌 감각 기관을 고통스럽게 할 것이다. 감각기관이 감당할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 정보 제공자는 좀 더 다른 시각에서 자료와 데이터를 해독, 요약해 원하는 대상에게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해졌다. 이는 인포그래픽이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배경이다. 인포그래픽은 단순히 정보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의 수집, 해석적 방법, 정보 정렬 과정, 제작 기법, 활용 노하우까지 모든 과정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다양한 분야의 경험과 깊은 사고력이 상당히 필요한 분야다. 전 세계의 흐름은 인터넷 키워드 증가량을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2009년부터 검색 엔진과 뉴스 검색에서 ‘인포그래픽’이란 키워드는 급격히 증가했다.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고, SNS 사용인구가 늘어나는 시기였다. 세계가 초연결 사회로 진입하고 수많은 비정형 데이터가 쏟아져 나오면서 인포그래픽의 관심이 본격적으로 대두한 것이다.

인포그래픽의 핵심은 정보의 가치를 스스로 찾아내는 것이다. 정보는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때론 어떤 사람에겐 쓸모없을 수 있고 어떤 사람에겐 유용할 수 있는 것이 정보다. 사전 정보의 전략적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운 후 인포그래픽 제작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비트레벨(BitRebels)은 자체 검색 엔진을 통해 2004년부터 2012년까지 ‘인포그래픽’이란 단어를 연도별로 조사했다. 그 결과, 2009년 이전에는 ‘인포그래픽’이란 단어가 검색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의 등장과 SNS 플랫폼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2009년부터 ‘인포그래픽’이란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좋은 인포그래픽의 조건

인포그래픽은 낯선 용어가 아니다. 원시인이 그린 동굴벽화는 물론이고, 2007년 유네스코에 등재된 <조선왕조의 궤>, 500년 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인체해부도> 그리고 아이들 공부방에 걸린 걸개그림까지 우리는 이미 정보를 시각화한 인포그래픽을 수없이 봤다. 그렇다면 좋은 인포그래픽이란 어떤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계량적 척도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러기엔 너무 많은 다양성을 지니고 있다. 쉽게 설명하면 ‘길을 걷는 사람을 멈추게 하고, 한번 들여다보게 한 후, 감탄케 한다’면 좋은 인포그래픽이라 생각해도 될 듯싶다.

만드는 사람은 늘 정보를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어떤 메시지를 제공하려는지 스스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좋은 인포그래픽은 끈질긴 수명을 갖고 오랫동안 떠돌아다닌다. 인포그래픽이 오래 수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보의 질이 매우 중요하다. 정보가 지닌 ‘가치’ 말이다. 단순히 사회에서 발생하는 일회성 사건·사고를 다루는 인포그래픽을 서비스하는 곳도 많은데, 이는 사실 인포그래픽이라기보다 비주얼 요소에 중점을 둔 그래픽 정보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보관과 배포와는 거리가 먼 정보다. N스크린 시대, 소통의 혁명적 역할에 적합한 인포그래픽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심층적인 지식 정보를 쉽게 전달하고, 사람들이 이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두고두고 해당 자료를 여러 용도로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제 좋은 인포그래픽의 조건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인체 해부학에 관심이 많았다. 목과 어깨 부분의 인체 정보만 분류해 정교한 해부도를 그렸다. 인체 부위 정보를 글로 설명하고 그림을 함께 넣었다. 이 그림은 오늘날 ‘의학 인포그래픽’ 범주에 들어갈 수 있는 아주 유용한 콘텐츠다.
원시인이 그린 동굴벽화의 그림 언어는 당시 의사를 전달하고자 사용한 중요한 메시지다. 대상을 그림과 특정 표시를 사용해 나타냈다.

사전에 탄탄한 정보 기획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인포그래픽을 배우려는 대부분 사람은 일러스트와 같은 디자인 프로그램부터 배우려 한다. 그러나 실제 인포그래픽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자료를 찾고 분석하고 내용을 이해한 후, 구성과 기획을 잘하는 것이다. 최신 트렌드에 늘 익숙해야 하고, 남다른 시각으로 독해와 분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인포그래픽은 함축적으로 정보를 만들어가는 인코딩 과정이고, 수학으로 보면 적분이다. 메시지를 본질적으로 바라보고 관계성을 파악해 이에 맞는 적합한 묘사와 서사를 동시에 하는 디코딩이란 고난의 과정도 견뎌야 한다. 탄탄한 기획 과정을 거쳐야 보는 이의 가슴 속에 오래 머물, 여운이 긴 ‘인포그래픽’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철의 여인’ 대처 수상이 사망한 이후 그녀의 일대기를 제작한 인포그래픽. 고인의 일대기를 시간 순으로 잘 배열했다. 짜임새 있는 데이터 표현, 복잡하지 않은 시각적 표현으로 대처 수상의 업적을 잘 설명하고 있다.
2013 국내 매체별 광고 비중 전망을 ‘스마트폰용 인포그래픽’으로 만들었다. 사전에 많은 데이터를 보고 그 중 모바일에 적합한 데이터를 추출해 데이터의 양까지 조절했다. 또한, 어려운 그래프 대신 친밀한 그림을 사용해 데이터 이해도를 높였다.

실제 현장에서는 해당 조직과 기업(기관)의 전략적 목표에 부합하는 인포그래픽 계획을 세워야 한다. 전체의 전략적 방향에 따라 계획을 수립한 후, 목적과 매체 특성에 맞게 제작 형태와 배포 전략을 동시에 세워야 한다. 정보량과 그래픽 표현 방법도 달리 해야 한다. 인포그래픽은 정보와 그래픽의 고유 성질을 나눠 갖는 혼합물이라기보다 정보와 그래픽이 어우러져 아예 다른 시너지 효과를 내는 화학적 결합물로 봐야 한다. 이는 디자이너의 영역도 아니고 비주얼 커뮤니케이터의 영역도 아니다. 새로운 관점에서 상호 협력을 통해 이뤄져야 하는 영역이다. 실제 제작에 관여하는, 도구도 다룰 줄 아는 호모파베르와 전략적 목표 달성을 위해 정보를 기획하고 분석하는 생각하는 호모사이펜스의 능력 모두가 필요한 것이다.

인포그래픽의 시작은 사유(思惟)와 탐독(耽讀)

사유는 무엇인가? 바로 개념, 구성, 판단, 추리 따위를 행하는 인간의 이성적 활동이다. 생각해야 한다. 바라보는 대상을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풍부한 교양 지식은 물론, 최신 흐름에도 늘 관심을 지녀야 한다. 수십 장의 자료를 볼 때도 한 자 한 자 의미를 깊이 새겨가며 읽는 습관이 중요하다. 글자 양이 적은 인포그래픽이나 자료의 내용을 완벽하게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간결하고 인상적인 글, 깊이 생각하고 사유할 수 있는 그림.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사람보다 이를 매력적으로 소개하고 다르게 해석하는 똑똑한 사람의 시대가 왔다. 일종의 핵심적인 내용을 짚어 설명하는, ‘사운드 바이트’ 효과가 필요한 것. 제주 한림읍에는 노부부가 운영하는 다소 허름한 당근 케이크 가게가 있다. 허름한 외관에 그냥 지나칠 법하지만 입소문을 타고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특히 가게 입구 옆 벽면에 그려진 당근을 손에 든 토끼 그림 덕분 아닐까 싶다. 오간 손님들이 인터넷상에서 가게를 소개했는데, 이 당근토끼가 홍보에 주된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다. 사람들은 케이크 구입 후 당근토끼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는다. 당근케이크는 정보고, 가게 외관의 당근토끼 그림은 사람들의 뇌 속에 인상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운드 바이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제주도 한적한 길가의 당근 케이크 가게. 가게 입구에 누군가 그리고 간 당근토끼 그림이 있다.
사물을 달리 해석하는 데 중요한 것은 사물을 하나하나 여러 관점에서 분류해 보는 것이다. 이는 인포그래픽을 만들 때 대주제를 선정하고 다시 소주제로 나누는 과정에 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곰이란 주제를 습성, 크기, 잠, 종류, 음식 등의 방법으로 세분화해 볼 수 있다. 이후 각 주제에 맞는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다.

정보를 분석하고 압축하는 능력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급한 마음에 제작을 위한 컴퓨터 스킬만 배우려는 시각에서 벗어나 멀리 보고 스스로 통찰력 있는 실력을 갖추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육, 미디어, 홍보 등과 융합 시너지

하루하루 생산되는 정보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지식 정보 사회에서는 상대방에게 원하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원석을 잘 다듬어 빛나는 보석으로 만들 듯 정보를 수집·가공하고, 세밀한 배포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인포그래픽이야말로 디지털 시대, 상대와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상대의 마음을 몇 초 안에 훔칠 수 있는 혁명적 소통 수단이요, 생각하는 힘을 키울 수 있는 중요한 콘텐츠다. 미국, 영국, 유럽, 일본을 비롯한 해외에서는 대통령 선거, 정부 정책 홍보, 다국적 기업 제품 판매 전략, 기업의 홍보, 교육 자료, 빅데이터 솔루션, 관광 정보, 미디어, 비주얼 콘텐츠, SNS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포그래픽을 활용하고 있고 이론과 실무에서도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인포그래픽을 여러 사업 분야에 활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IT, 비주얼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영업, PR, 광고, 리서치, 빅데이터, 교육, 콘텐츠, 관광 등 수 많은 분야와 화학적 융합을 해야 한다. ‘2014 전국 지방선거 개표 방송’에서 대부분 방송사는 인포그래픽 기법을 활용한 콘텐츠를 제작해 송출했다. 방송화면을 사진과 숫자로만 구성한 기존의 제작방식과 달리 사전에 데이터 분석, 그래픽 표현 방법을 연구해 저마다 특색 있는 인포그래픽 화면을 내보냈다.

SBS에서 개표방송을 시각표 방식의 인포그래픽으로 제작해 방송했다. 두 사람 가운데 앞선 득표율을 보인 후보자를 크게 그려 표현한 세밀함도 엿볼 수 있다.
<12> KBS에서는 투표용지에 찍는 ‘투표 표시’를 일반 파이 그래프 대신 사용했다.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의 선거 대결을 표현한 방송 그래픽. T차트 기법을 사용해 화면을 2등분으로 나누는 과학적 방식의 정보 구성이 숨어 있다.

2013년 인포그래픽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국내·외를 불문하고 가히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인포그래픽은 세상의 변화에 가장 민감한 분야가 아닌가 싶다. 디지털 시대, 사유와 공감의 시대, 창의력을 요하는 시대, 인접 분야로의 융합이 끊임없이 이뤄지는 시대, 정확한 주장과 근거로 설득이 필요한 시대, 인간의 본질을 연구해야 하는 통찰의 시대에 인포그래픽의 역할은 더 중요해질 것이다.

Credit

Editor
Writer이 수동, 브이랩인포그래픽 연구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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