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급 UX 디자이너로 성장하기 제7화

대부분의 UX 디자이너들은 사용자가 앱에 들어가면 ‘지도를 아래에 보여줄까, 현재 위치를 위에 보여줄까, 자주 가는 목적지를 가운데 보여줄까’ 등 화면을 어떻게 구성할지 고민하게 된다. 물론 이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중급 UX 디자이너라면?

시간 위의 디자인

초보 UX 디자이너에게 가장 해 주고 싶은 말은 ‘구체적인 데이터를 갖고 생각해라’이다. 예를 들어 리스트를 만들 때 ‘추상적으로 생각해 대충 이렇게 리스트를 만들면 되겠지?’하고 만든 다음 “리스트에서 항목의 개수는 얼마가 가장 좋을까요?” 이런 식으로 질문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생각하지 말고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우리 앱의 사용자는 어떤 사람이고, 이 사람은 맛집 목록에서 대개 몇 개까지 볼 생각이 있을 거야. 우리가 기술적으로 몇 개를 추천했을 때, 이 사용자를 만족시킬 확률이 80% 이상일까? 그러면 몇 개의 항목을 보여주되, 이 사람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보는 무엇일까? 이 사람은 항목 간 비교에서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까? 이런 문제들을 스크린 높이와 함께 고려한다면, 자연스럽게 ‘사용자 목표를 가장 만족시킬 수 있는 리스트 항목의 개수’가 나올 수 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나열한 항목의 비교는 어떻게 할까?’라는 점을 고민하다 보면, 초보 UX 디자이너들에게 두 번째 해 주고 싶은 말인, ‘시간에 쌓지 말고, 공간에 펼쳐라’가 나온다.

에드워드 투프트(Edward Tufte)가 이야기 한 ‘Adjacent in space rather than stacked in time’이라는 원칙을 정보 디자인에 적용하면 불필요한 대화(인터랙션)를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사용자가 비교하고 선택하기 위해 정보를 나열하는 경우에는 비교에 필요한 정보 요소를 클릭 같은 조작을 통해 하나씩 하나씩 보이게 하지 말고 같은 공간에 펼쳐 놓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하라는 것입니다. Stacked in time 방식을 터프티는 “It’s one damn thing after another”라고 합니다. 의외로 이런 패턴이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요.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서론이 길어졌는데, 이제 중급 UX 디자이너에게 하고 싶은 말은 어쩌면 위의 말과 (언뜻 보기에) 반대의 말처럼 보이는 내용이다.

중급 UX 디자이너에게 하고 싶은 말

말은 인터랙션 디자인 혹은 UX 디자인이라고 했지만 실제로 오랜 시간 동안 화면 위의 디자인, 혹은 UI 디자인을 해 온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의 고민은 위 서론처럼, 공간상에 어떻게 제시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제한된 자원인 화면 위에 어떤 요소를 어떤 방식으로 제시해 사용자의 효율과 학습, 공감을 얻을 것인가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공간상의 배치는 먼저 가장 큰 화면 구분을 고민하고, 그 뒤에 ‘Framework’라는 큰 구분을 그어 내비게이션 영역이나 작업 영역으로 나눈다. 그 다음 거기에 필요한 요소를 배치해 들어가는 식으로 작업하며, 이에 따라 와이어프레임이니 스토리보드니 하는 다양한 문서를 만들게 된다.

그런데 ‘서비스 디자인’이라는 것이 나오면서, 시간 위의 사용자를 분석하고, 시간 위에서 디자인하는 것의 중요성이 처음으로 부각됐다. 사용자의 큰 흐름을 기술하기 위해 ‘여정 지도(Journey Map)’라는 문서 형식이 채용됐고, 디자이너는 이 도구로 시간의 흐름 속에 사용자가 어떤 감정을 느낄 것인가를 분석하거나 설계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아쉬운 건 이 여정 지도는 공간의 대응 개념을 생각하면 대체로 Framework에 해당하는 큰 구분에 불과하고, 화면 설계서처럼 시간의 영역과 시나리오의 종류를 잘게 나눠 기술하는 문서 형식은 아직 없는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영역이 갈수록 ‘앱 서비스 디자인’에서 중요해 지고 있다는 점이다.

앱을 멋지게 디자인하기만 하면, 사용자가 알아서 써 줄 거라는 믿음과 달리 현실은 사용자가 처음 이 앱을 본 순간 무엇을 알아야 하고, 그다음 날은, 그리고 또 그다음 날은 사용자에게 무엇을 알려야 할 것인가를 치밀하게 디자인하지 않으면 무료 앱의 보유율(Retention)은 곤두박질치기 마련이다.

이렇게 큰 틀의 설계뿐만 아니라, ‘우리 앱의 사용자가 이런 걸 원하는 순간에는? 저걸 원하는 순간에는?’ 하는 식의 사고에 대해 과거에는 이걸 원할 때를 대비해 이 버튼을 왼쪽에, 저걸 대비해 이 버튼을 오른쪽에 두는 식으로 설계할 수 없기 때문에 (공간도 좁고, 그려도 보지도 않고 등등) 우리는 그것이, 그 순간 튀어나오게 설계할 수밖에 없다. 즉, 기능을 공간에 그리면 안 되고 ‘시간에 그려야’ 한다.

아울러 모바일 앱의 가장 큰 특징은

인터넷 혁명의 가장 중요한 점은 공간의 한계를 극복한 것이며, 모바일 혁명의 가장 중요한 점은 시간의 한계를 극복한 것이다. 즉, 인터넷에서는 접근성이, 모바일에서는 즉시성이 가장 중요하다. -김이식 상무

기존의 웹이나 PC 앱에서는 ‘알람’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늘 들고 다니면서 화면을 보는 모바일 앱은 적절한 시점(혹은 이벤트)에 푸시 노티를 보여주거나 다른 방법으로 사용자의 주의를 끌 수 있다.

예를 들어 택시 앱을 설계한다고 생각해 보자.

대부분의 UX 디자이너들은 사용자가 앱에 들어가면 ‘지도를 아래에 보여줄까, 현재 위치를 위에 보여줄까, 자주 가는 목적지를 가운데 보여줄까’ 등 화면을 어떻게 구성할지 고민하게 된다. 물론 이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중급 UX 디자이너라면, ‘어떤 이벤트와 어떤 시점에 무엇을 보여줄까’를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 사용자가 큰 길가로 나갔다면 우리 앱은 뭘 보여줄까?’

만약 사용자가 밤 12시에 우리 앱을 켰다면, 우리 앱은 맨 처음에 무엇을 보여줘야 할까? 반대로 아침 8시에 켰다면, 무엇을 보여줘야 할까? 택시를 탔다면? 혹은 택시를 내렸다면? 등등, 어떤 이벤트에 어떤 종류의 상호 작용을 시작할지를 매우 고민해야 한다.

이런 종류가 잘 시도된 것이, ‘구글 나우’ 서비스다. 월요일 아침에 집을 나서면 오늘 날씨는 어떻고, 회사까지 소요 시간은 얼마나 걸릴 것인지 알려준다. 카카오 택시도 택시를 타면 안심 문자 발송을 물어보고, 택시를 내리면 기사 평가를 물어본다.

상호 작용의 시작을 잡았다면, 그 이후 이 상호 작용을 어떻게 사용자가 원하는 궁극의 만족감으로 이끌지를 고민하고 끝까지 완성하는 설계를 해야 한다. 작은 기사에 사용자가 관심을 보였다면, 그에 맞는 상품을 추천하고, 그 상품을 클릭했다면 비교해 볼 수 있는 상품이 자동으로 따라 나와야 하고, 그 상품에 대한 댓글이 제시되고, 이제 살 수밖에 없는 가격 혜택이 있어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물건이 우리 집에 와 있는 경험을 설계해야 한다.

또, 이러한 시작점과 흐름을 완벽하게 만들 수 있는 핵심은 ‘개인별 데이터’다.

Fabricio Teixeira가 게재한 The State of UX in 2016 (2016년, UX는 무엇을 말하는가?)에서도 픽셀 디자인의 종말이 보인다면서, ‘Designing Around Time’이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가 말한 대로 우리가 지금 디자인하는 앱이 모두 없어지고 대화형 커머스/에이전트가 모든 것을 대체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UX 디자이너에게 시간의 흐름에 따라 디자인하는 것이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해 지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Smashing Magazine의 Anders Toxboe가 작성한 ‘Beyond Usability: Designing With Persuasive Patterns (사용성, 그 이상: 설득형 패턴 만들기)’에서도 전반적으로 이러한 특정 사건을 기점으로 설득력 있는 전개를 통해 최종 목표를 이루는 것(Closing the Deal)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시간에 따른 경험을 디자인하기(Designing the Experience Over Time)’를 강조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시간 위의 디자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무언가를 디자인할 때 ‘시간 위 디자인’을 하기는 쉽지가 않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이 워낙 공간 위에 펼치는 것에 더 익숙하기 때문. 시간 위에 설계하기 위해서는 사용자 여정 지도나 서비스 블루 프린트처럼 시간 축을 중심으로 하는 설계 도구들이 더 개발돼야 하는 측면도 있다.

중급 UX 디자이너라면, 이제 우리 앱의 첫 화면을 설계하면서 우리 사용자의 첫 일주일을 설계해 보자. 예를 들어, 커머스 모바일 앱을 만든다고 하면 첫 화면의 메뉴는 상품 카테고리일 거고, 이벤트 상품부터 추천 상품까지 아래로 쭉- 상품 리스트가 펼쳐지며, 개별 상품을 누르면 개별 페이지로 갈 거다. 공간에서는 달리 뭘 할 것이 많지 않다. 그러나 우리 앱을 오늘 처음 방문한 사용자가 ‘왜 내일 다시 우리 앱을 방문해야 하나?’라는 이유와 장치를 설계하기는 쉽지가 않다.

그것이 중급 UX 디자이너가 해야 할 일이다.

출처: http://story.pxd.co.kr/1157?category=158764 [pxd UX 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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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저자이재용(px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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