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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을 디자인하려면 경험을 질문해야 한다.

 

사용자 조사를 위해 질문을 할 때 질문의 틀에 너무 의존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앞에서 한 적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질문해야 사용자 조사·인터뷰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사용자 조사에서 좋은 답을 얻지 못했다면, 아마 틀림없이 좋은 질문을 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질문이 좋은 질문일까?

당연히 처음에는 대상자를 전반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질문을 해야 하고, 크게 물어봐야 할 질문들을 던지는 것이 필요하긴 하다. 예를 들어, 만성 심장병 환자에 대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설계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러한 의사나 환자를 만났을 때 대개 환자들의 심장 상황이나 사용하고 있는 기기에 대해 묻기 마련이다. ‘불편한 점은 없느냐, 어떤 점을 개선하면 좋겠냐’는 질문을 하게 된다. 물론 이런 질문도 해야 한다.

그러나 ‘경험을 디자인’하려면 우리는 ‘경험’을 조사해야 한다. 단순한 선호나 행동을 물어보고 측정하기보단, 사람들이 경험에서 느끼는 동기, 태도, 그리고 그와 관련된 행동과 감정을 조사해야 한다. 이러한 조사는 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하면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해 주세요’라고 했을 때 이끌어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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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 회사에서 우리는 인터뷰 대상자들에게 심장 상황이나 기기에 대해 물어보지 않았다. 대신 우리는 의사들과 함께한 시간의 대부분을 그들이 심장 환자들을 다루면서 겪었던 최고의 이야기와 최악의 이야기를 듣는 데 할애했다.『디자인웍스』 p.63

경험을 디자인하려면 경험을 조사해야 한다. 경험 기반의 이야기 형태로 답변을 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이들의 이야기를 끌어내야 할까?

질문의 폭 넓히기

단순 질문 형태를 넘어, 좀 더 관심과 질문의 폭을 넓히면 풍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단순 질문에서 얻을 수 없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질문의 폭을 넓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피엑스디에서 자주 사용하는 것은 두 가지이다.

  1. 목적으로 넓혀 질문하기

샴푸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인터뷰를 한다고 해 보자. 대개 샴푸는 어떻게 고르느냐, 언제 사용하느냐, 샴푸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이냐, 또 무엇을 개선했으면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할 것이다. 당연히 이런 기본적인 질문도 하긴 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질문으로는 어떠한 새로운 인사이트도 얻기 힘들다. 그렇게 쉽게 답을 얻어 낼 수 있었다면, 지금까지 다른 수많은 사람이 그런 사실을 알아내지 못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샴푸에 관해 무엇을 더 원하시나요?”라고 질문하는 대신 “더 예뻐 보이고, 더 예쁘다고 느끼기 위해 무엇을 하는지 얘기해 주세요”라고 말해보자. 이 단순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 일리노이 공과대학 산업디자인 학과에서 P&G와의 워크숍에서 처음 했던 일이다.『디자인웍스』 p.61

한 여성은 일상의 스트레스와 자신에게 무관심한 남자친구 때문에 생긴 걱정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미용실을 찾는다고 했고, 미용실을 떠날 때 실제로 달라 보이지는 않지만 항상 자신을 특별하게 대해주는 미용사 덕분에 굉장히 다르게 느껴진다고 대답했다. 이처럼 미용실을 가는 것만으로도 그녀에게는 특별한 경험이 된 것이다.

이렇게 그 상품이나 서비스가 가진 좀 더 넓은 목적을 향해 질문하면,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얻을 수 있다. 이는 인터뷰뿐만 아니라 조사 전체의 방법으로도 확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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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이전에 한 전자회사에서 핸드폰 매뉴얼을 혁신해 달라는 요구를 했을 때, pxd는 단순히 핸드폰 매뉴얼을 조사하지 않았다. 우리는 매뉴얼이 결국은 핸드폰에 관한 정보를 얻는 한 가지 방식에 불과하다고 생각했고, ‘사람들은 핸드폰 구매 전, 후 한두 달 동안의 기간에 어디에서, 어떻게 핸드폰에 대한 정보를 얻는가?’를 조사했다. 실제로 구매 전 정보 입수량은 구매 후 핸드폰 매뉴얼 사용과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우리는 온라인 검색이나 친구를 통한 대답, 매장 직원의 설득 등 다양한 핸드폰 관련 정보 출처를 조사하고 이들이 어떻게 연관 있는지 정리해 그 당시 핸드폰 매뉴얼이 가져야 하는 정확한 역할에 대해 설계할 수 있었다.

인터뷰에서 사용자들은 ‘저녁 설거지 후 남편과 산책을 하다 우연히 들어간 매장에서 산 핸드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핸드폰을 사서 집으로 와 피곤한 딸에게 매뉴얼 좀 읽고 신기능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가 딸이랑 싸운 이야기, 그 핸드폰을 들고 동창회에 나간 이야기 등등을 들려줬다. 이런 이야기를 듣는 과정에서 조사원들은 그들의 즐거움과 만족감, 좌절과 분노를 함께 느낄 수 있었고, 핸드폰 매뉴얼의 가장 큰 역할이 (특정 사용자층에게는) ‘내가 이 핸드폰을 잘 산 건가’라는 확신을 주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누가 매뉴얼을 보겠어?’라는 것이 젊은 담당자들의 생각이었지만, 어떤 연령층은 확실히 핸드폰 매뉴얼을 매우 열심히 읽는데, 그 목적은 ‘이해’가 아니라 ‘자기만족 확신 Self justification’이라는 점이다.

 

  1. 과정으로 넓혀 질문하기

로트만 디자인웍스에서 이와 비슷한 경험 기반 조사를 통해 새로운 통찰을 발견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우리는 단순히 ‘더 건강한 음식’을 조사하는 대신 사람들에게 어떻게 건강을 관리하는지 얘기해 달라고 부탁했다. 『디자인웍스』 p.64

전반적인 과정에 대한 조사는 좋은 이야기 방식의 답변을 끌어낸다.

pxd에서 공기청정기를 조사할 때 우리는 어떤 공기 청정기를 왜 구매했고, 어떤 점이 불만인지 같은 당연한 질문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어떤 식으로 공기 청정기를 들여와 어디에 두고, 어떻게 쓰다가 지금은 왜 안 쓰는지로 연결되는 전체 과정을 이야기로 들었다. 많은 사람이 어떤 트리거에 의해 공기 청정기를 들여온다. 그리고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흥미롭게도 처음에는 현관 입구에 공기 청정기를 설치한다. 사람들 마음속에 공기청정기는 일종의 수문장, Gate Keeper로 자리를 잡는다. 그러나 몇 달 사용하다 보면 공기 청정기에 대한 심상의 변화가 생기고, 집안의 가장 중앙 혹은 부엌과 같은 취약 지구로 옮겨 간다. 계속 잘 사용하는 사람들은 이런 심상의 변화가 적절히 생긴 사람들이고, 그것을 형성하지 못한 사람들은 집안 구석에 몇 달간 방치되다가 폐기된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해 듣다 보면, 구매 후 수개월간 공기 청정기의 적절한 역할 변화에 따른 인사이트가 자연히 나오게 마련이다.

 

헤더 프레이저가 지은 ‘디자인웍스’에서는 경험을 즐겁게 만들고, 기회의 범위를 확장하려면 보다 전체적인 관점에서 니즈에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SPICE’라고 불리는 프레임워크는 로트만 디자인 웍스에서 진행한 프로젝트의 인터뷰 분석 결과를 토대로 만들어졌는데, 이 프레임워크를 사용하면 사람의 니즈에 보다 전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프레임워크에 따라 사람의 사회적(Social), 물리적(Physical), 정체성(Identity),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감성적(Emotional)인 부분을 두루 살펴봄으로써 보다 넓은 시각을 갖게 되는 방식이다.

질문의 폭을 좁히기

반대로 질문의 폭을 좁혀서 더욱더 풍부한 이야기를 들을 방법이 있다.

  1. 나만의 경험이나 노하우로 좁혀 질문하기

대개의 조사자는 조사에서 전체적인 패턴을 발견하려고 하므로, 특이한 대답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조사의 대표성을 잃게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빠지게 된다. pxd의 프로젝트 리더들은 오히려 이런 특이한 사람을 만나서 특별한 이야기가 나오면, ‘그래 그 사람은 좀 특이한 사람이었어’라고 말함과 동시에 ‘그런데, 왜 그 사람은 그런 특이한 점을 갖게 됐을까?’라는 궁금증에 몰입한다.

때로는 그것이 진짜 이상한 일일 수도 있지만, (우리의 리쿠르팅이 정말 이상하게 된 것이 아니라면) 특이한 사람을 만났을 때 오히려 환호해야 한다. 아마 그 특이한 사람은 잠수함의 토끼나 탄광의 카나리아같이, 많은 사람이 약하게 느끼는 불편을 특별히 먼저 강하게 느끼고 있는 사람일 가능성도 있고, 또 우리가 조금만 관점을 바꿔 보면 오히려 그것이 보편적인 현상일 경우도 있다.

한 증권 회사가 주식 투자에 대해 조사해 달라고 했을 때, 처음 만난 직장인 투자자는 자신이 주식 투자를 통해 전혀 돈을 벌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주식 투자를 하고 있었다. ‘뭔가 특이한 사람이군. 왜 이 사람은 이렇게 손해 보는 걸 알면서도 계속 투자를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고 보니, 이 사람은 주식 투자에서 좀 손해를 보고 있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실물 경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경제를 좀 더 아는’ 사람이 되기 위해 이러한 투자를 하고 있으며, 지금 30대에서 얻은 지식이 나중에 자신이 40~50대가 됐을 때 쓸모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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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을 ‘특이한’ 사람으로 치부해 버리지 않고, 이 사람의 관점으로 다른 사람들의 인터뷰를 보자. 이 사람만큼은 아니지만, 주식 투자를 하는 직장인들 일부가 이러한 ‘학습’ 혹은 ‘뭔가를 하지 않으면 바보가 되는 듯한 죄책감’ 때문에 주식 투자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당장 무언가 투자를 하지 않는 많은 사람이 이러한 생각을 공유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좀 과장되게 말하면, ‘이익’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죄책감’ 때문에 투자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참 이상한 문장이지만, 실제 그렇다.)

그래서 개별 사용자를 조사하러 갔을 때는 항상 다음의 것을 찾도록 신입 사원들을 훈련한다. 이 사람이 아주 특이한 점 세 가지, 그리고 이 사람이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아주 보편적인 점 세 가지’

 

  1. 어려움을 깊이 질문하기

또 다른 방법으로 어떤 사람의 행동에서 내가 원하는 행동이 나타났을 때, 그 행동에 대해 깊숙이 질문하는 방식이다. 깊이 질문하라고 얘기할 때는 다섯 번이나 ‘왜’를 물으라는 방법이 있을 정도니까, 얼마나 깊이 들어가야 하는지 알게 해 준다. (‘5 Whys’)

트루밸런스에서는 인도에서 주변 사람들의 핸드폰 요금을 대신 충전해 주는 인도인을 인터뷰했다. 자신이 충전해 주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가 한창 진행될 때까지 우리는 이 사람의 복잡한 관리 방식에 대해 계속 의문만 늘어가고 있었다. ‘이걸 이렇게 다 생각하면서 행동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어떻게 해서 이렇게 쉽다고 설명하지?’ 그래서 이 사람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좀 더 깊이 질문을 시작하자 그 사람은 웃으며, 자기가 관리하고 있던 ‘장부’ 같은 수첩을 보여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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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밸런스 앱 사진

그가 설명해준 수첩의 메모 방식을 이해하자, 그의 모든 행동이 다 이해됐고, 우리는 그 수첩이 우리가 앞으로 만들 ‘외상장부’ 인터페이스의 근간이 될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한 사람이 갖는, 언뜻 보면 작은 어려움에 집중해 이야기를 끌어낼 필요가 있다. 본인은 이미 익숙해져서 그것이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거나 혹은, 이미 우회 방법을 찾아내서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얘기하기 때문에 초보 조사자들은 매우 주의해서 이야기를 듣고 질문해야 한다. 보통의 사람들에게 쉽지 않을 일을 쉬운 듯이 설명한다면 진짜 어려움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결했기에 그리 쉽게 됐는지 깊이 질문해야 한다. ‘왜’를 반복하다 보면 상대방은 그에 대한 이야기와 경험을 풍부하게 들려줄 것이다.

이렇게 다른 사람과 다른 행동을 보여주는 사용자는 극단적 사용자(Extreme Users) 혹은, 선도 사용자(Lead Users)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들이 만들어내는 창발적 행위(Emergent Behaviors)는 사용자 조사에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어내는데 극히 중요한 도구라고 할 수 있다.

낯설게 만들기

질문의 폭을 넓히거나 좁히는 건 아니지만, 기타의 방법으로 ‘낯설게 만들기’가 있다. 사실 pxd에서는 잘 써 보지 않은 방법이지만, 흥미로운 방법일 것 같다.

 

  1. 낯설게 만들기

클로테르 라파이유(Clotaire Rapaille)가 지은 『컬처코드』라는 책에 나오는 방법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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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 코드란 우리가 속한 문화를 통해 일정한 대상 ‘자동차와 음식, 관계, 나라 등’에 부여하는 무의식적인 의미다. Jeep 자동차에 대한 미국인의 경험이 프랑스인이나 독일인의 경험과 다른 까닭은 여러 문화가 서로 다르게 진화했기 때문이다. 『컬처코드』p.18

이러한 컬처코드를 알아내기 위하여, 그는 ‘낯설게 하기’라는 방법을 사용한다.

네슬레의 일본 진입을 돕기 위해 여러 그룹을 모았다. 그룹마다 세 시간으로 구성했는데, 첫 시간 나는 ‘다른 행성에서 지구를 방문한 사람 역’을 맡았다. 이 방문객은 커피를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사람들에게 커피에 대해 이야기해달라고 도움을 청했다. (p.23) 두 번째 시간에는 바닥에 앉아 커피에 대한 단어들을 잡지에서 뜯어 붙이게 했다. 세 번째 시간에는 바닥에 누워 긴장을 풀어주고 10대로 (어린 시절로) 돌아가 커피에 대해 생각해 보게 했다. 이런 식으로 처음 커피를 접하는 순간으로 가게 해 그에 따른 문화적인·근본적인 의미를 이야기로 풀어내는 방법이다.

덧붙이기

물론 이런 것들 말고도 많은 경험 조사 방법이 있을 것이다. 이런 방법들의 공통점은 단순하게 알고 있는 것이나 불편한 점을 찾는 것이 아닌, 사용자의 좀 더 넓은 목적과 그걸 이루었을 때 얻게 되는 감정· 문화적인 이유 등 폭넓은 관점으로 조사하고, 그들이 닥친 어려움을 더 깊이 공감하고 파헤친다는 점이다. 따라서 단순한 질의응답의 형태를 띠기 보다는 이야기 형태의 답을 이끌어 내게 된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경험을 디자인하려면, 우리는 경험을 조사해야 한다. 그리고 경험을 조사해야 중급 경험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

출처: http://story.pxd.co.kr/1255 [pxd UX 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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