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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시 마케터입니다만

 

에이전시 마케터의 흔한 직업병-윤태웅, 에이전시 마케터, 에이전시, 마케터

01. 프롤로그: 일과 나의 연결고리
02. 짜릿한 면접의 추억
03. 그들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04. 내 신경은 온통 너였어
05.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06. 기획자도 취재를 간다
07. 글을 쓴다, 고로 존재한다
08. ‘함께 잘하는 사람’이 어울리는 곳


내 신경은 온통 너였어, 에이전시 마케터의 흔한 직업병

 

– 아, 큰일 났다!

여느 날처럼 프로젝트 모니터링을 하던 중, 운영 중인 브랜드에 내부 이슈가 터진 것을 알게 되었다. 초록 창 실시간 검색 순위에서 계속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큰 부정 이슈였고, 덕분에 운영하던 채널의 트래픽도 급속도로 상승했다. 이처럼 에이전시의 PM(Project Manager)은 운영 중인 브랜드의 크고 작은 이슈에 울고 웃는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게 될 때면 해당 브랜드의 이것저것을 알아보기 시작한다. 지금까지의 역사는 어땠고, 동종 업계 내에서는 어떤 위치에 있는지, 최근의 이슈는 무엇인지 등 가능한 많은 정보를 머릿속에 꾸역꾸역 넣는다. 이러한 정보를 인지하고 있어야 클라이언트 대응은 물론 콘텐츠 아이디어도 샘솟는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다 보면 PM은 어느새 자신이 운영하는 브랜드의 많은 것을 알게 된다. 물론 내부자가 아니다 보니 속사정까지 알 길은 없다만, 그 외에 대외적인 사항들은 누구보다 많이 알게 된다. 아니, 알아야 한다.

– 매니저님! OO그룹 창립기념일이 언제인가요?
– 바로 그저께였어요. OO월 OO일이요!

이런 대답이 거의 반사적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신경이 온통 브랜드를 향해 있다. 일종의 직업병이랄까? 물론, 맡게 될 때뿐만 아니라 운영하는 동안 지속해서 애착과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러한 나의 직업병에 감사를 느낀 적도 있었다.

예전에 우리나라의 숲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운영한 적이 있었는데, 숲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의 다양한 숲으로 취재를 하러 가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서울숲, 양재 시민의 숲, 북서울 꿈의 숲 등 큰 숲은 물론 선유도공원, 올림픽공원 등 다양한 곳을 직접 방문하며 경험했다.

프로젝트를 1년 넘게 진행하며 숲에 관심을 기울이다 보니 새삼 깨달은 것들이 있었다. 봄의 생기발랄한 꽃들과 여름의 짙은 초록빛 나무들, 가을의 흩날리는 낙엽과 겨울의 하얀 옷을 입은 앙상한 나무까지, 얼마 전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도깨비>의 명대사인

–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처럼 날씨가 맑으면 맑은 대로,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또 그것은 그것대로 자연은 아름다웠다. 한동안 잊고 있던 자연의 아름다움과 계절의 변화를 새삼 느꼈다. 또한, 그동안 몰랐던 나무의 이름을 알게 되고, 아름다운 숲속 명소들을 거닐며 그동안 몰랐던 세계를 알게 됐다.

그 후로 맡게 된 프로젝트에서도 다양한 것을 깨닫고 배웠다. 보안 경비 서비스를 제공하는 브랜드를 운영할 때는 범죄심리학에 관해 관심이 생겼고, 농촌 테마파크 브랜드를 운영할 때는 농사에 대해서 배웠으며, 최근에는 광고회사의 블로그 운영 대행을 진행하며 최신 트렌드에 더욱 민감하게 되었다.

앞서 ‘직업병’이라 표현은 했지만, 사실 이 병은 앓으면 앓을수록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다.

PM이라는 책임 아래 자연스럽게 가질 수밖에 없었던 프로젝트에 대한 애착과 관심은 그동안 몰랐던 다양한 분야에 대한 흥미와 지식을 안겨다 주었다. 앞서 ‘직업병’이라 표현은 했지만, 사실 이 병은 앓으면 앓을수록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다. 다양한 분야에서 얻은 흥미와 지식은 콘텐츠를 기획하거나, 운영 전략을 세울 때 더욱더 넓은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통찰력이 되어 준다. 어쩌면 이 직업병은 병이 아니라 에이전시 마케터만이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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