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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공간에서 현실을 겪게 하다
To The Last Tree Standing

 

운동은 비슷한 불편, 상실을 겪은 이들이 모이는 것에서 시작한다. 한 데 모인 이들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중에 이 같은 불편 혹은 상실이 ‘문제’라는 생각에 다다르는 것이 출발이다. 바꾸어 말하면, 어떤 경험을 겪은 사람의 수가 절대적으로 적을 때는, 특정 불편이나 상실이 실제로 그(들)에게 얼마나 고통을 주는지와 무관하게 운동으로 발전하기 어렵다.

폴란드 정부가 유럽의 마지막 원시림 ‘바이알로비에자 숲(Bialowieza Forest)’의 벌목을 허용했을 때, 즉각 환경단체들의 반발과 다양한 방식의 시위가 이어졌지만, 유럽 바깥으로 운동이 퍼지지 못한 것 역시 비슷한 이유였다. 유럽연합과 폴란드 정부, 혹은 폴란드 정부와 환경 단체 간의 갈등 양상을 띨 뿐, ‘유럽의 마지막 원시림’이라는 상징성에도 바이알로비에자 숲이 세계 많은 이들에게 일단 ‘남의 것’이었던 탓에 관련 문제에 주목하는 이들이 적었던 것이다.

그래서 에이전시 Ogilvy Poland(이하 오길비 폴란드)는 전 세계 사람들이 국립 공원을 ‘겪게끔’ 했다. 블록으로 세계를 건설하는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통해서다. 오길비는 우선, 바이알로비에자 숲을 마인크래프트에 옮겼다. 실제와 1:1 대응하도록 제작한 숲의 ‘디지털 백업본’을 ‘맵’ 형태로 대중에 공개하자, 마인크래프트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반응이 일었다. 가상 세계에서 바이알로비에자 숲을 체험한 게이머들의 유튜브 영상이 쏟아졌다.

이렇게 가상 숲을 즐기던 이들은 어느 날, 이 숲을 완전히 잃는다. 어느 날, 오길비 폴란드는 단 한 그루의 나무를 제외하고 가상 숲의 나무를 모조리 ‘베었’다. 휑뎅그레하게 둥치만 남은 가상의 나무들을 본 게이머들은 경악했다. 가상의 바이알로비에자 숲의 상실을 함께 겪은 이들은 진짜 숲을 지키자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17만 명의 사람들이 서명운동에 참여했다. 폴란드 정부는 작년 12월 벌목을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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