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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의 교토여행 답사기

파리나 로마를 조금 아는 것보다 교토를 확실히 아는 것이 멋있을지도 몰라. 그래, 교토에 가자 – JR도카이

교토에는 1200년분의 수수께끼가 있습니다. – JR도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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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에 다녀왔습니다!

교토를 알게 된 건 너무나도 유명한 JR도카이(JR東海)의 ‘교토에 가자’ 캠페인 때문이었다. 교토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여행이 필요한 순간과 의미를 세련되게 담아낸 카피덕에 10년 전 일본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내게 교토는 가장 가보고 싶은 도시가 되었다.

하지만 첫 일본 여행지는 도쿄가 되었고 이후에 출장이나 여행으로도 여러 번 도쿄에만 갔었다. 4년 전 오사카, 교토를 처음 여행했지만 그때는 교토를 당일치기로 방문했고 2년 전 연말에도 오사카를 방문했지만 그때는 일정상 또 교토에 가지를 못 했었다.

올해가 가기 전에는 교토에 꼭 다시 가야겠다

그래서 나는 ‘올해가 가기 전에는 교토에 꼭 다시 가야겠다’ 다짐하며 지난 2년 전과 비슷한 일정으로 크리스마스 연휴가 포함된 5박 6일의 일정 동안 이번엔 오직 교토에서만 머물며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는 에어비앤비의 광고 카피처럼 꼭 가보고 싶었던 특별한 가게들과 장소, 골목 골목을 여유롭게 찾아가고 탐방해보며 영감을 얻는 여정을 보냈다.

오늘은 교토 여행에서 마케터로서 특별한 영감과 인사이트를 얻었던 네 곳의 방문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케이분샤 이치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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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가디언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홍대 독립서점 땡스북스의 벤치마킹 모델’, 이치죠지의 골목길에 위치한 동네 서점, ‘케이분샤(Keibunsya)’.

한적한 교토 외곽의 골목 안에 위치한 동네 서점이 어떻게 교토 여행에서 빠지면 안 될 장소가 되었을까? 책을 선정하고 진열하는 특별한 방식을 통해 언어로 말할 수 없는 곳이자 합리성을 넘어서는 문화적인 서점으로 남고 싶다는 케이분샤 이치죠지. 나는 숙소에 도착해 체크인을 하자마자 가와라마치에서 버스를 타고 이치죠지로 향했다.

가와라마치역에서 버스를 타고 이치죠지 사가리마츠쵸 정류장에 도착해 여유로운 걸음으로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한 아기자기한 카페와 빵집 그리고 독특한 간판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가게들을 지나 케이분샤 서점 앞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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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고 차분한 색감을 가진 벽돌, 가게 문을 연 지 40년이 지났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하는 색 바랜 간판. 내부의 아늑한 분위기를 전하는 노란 조명이 보이는 은은한 통유리창, 나무로 만든 벤치, 녹색 문 입구에 비치된 분위기 검정 철제 의자, 오래된 원목에 부착한 행사 안내판, 문 앞에 주차된 고객들의 자전거까지 의도적으로 비치한 매장의 소품처럼 느껴지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이라는 수식어가 결코 과장이 아님을 실감하게 했다.

케이분샤 이치죠지의 일은 두 가지로 구분이 된다고 한다.

‘책을 들여오는 단계’와 ‘책을 진열하는 단계’.

책 진열은 알파벳순, 가나다순, 작가순처럼 신간, 베스트셀러 등으로 규칙되는 검색 지향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다. 책을 쉽게 검색하고 찾을 수 있는, 필요한 책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 서점에 와서 책과의 뜻밖의 만남이 되도록 말이다. ‘이런 책이 있었구나’하고 몰랐던 책을 우연히 발견할 수 있도록 책장과 매대를 꾸민다. ‘이런 책이 있더라’ 하고 어떤 책과 손님을 만나게 해주는 것이다. 이처럼, 책의 배치를 통해 서점을 방문한 사람들과 교감한다.

책과의 뜻밖의 만남

점원들이 직접 읽어보고 추천하고 싶은 책을 판매한다고 해서 책장에 아무렇게나 진열하는 것이 아니라 책장별로 주제를 정한다. 요리와 관련된 책이 있는 책장이라면 레시피와 조리법을 알려주는 요리책뿐 아니라 식문화와 관련된 수필, 예술서, 역사서, 만화를 함께 진열한다. 요리책을 사러 왔던 손님이 식문화를 다루는 수필집에 흥미를 가지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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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http://praiseljy.tistory.com/427

서점 안은 조용한 골목길 분위기와 마찬가지로 반대쪽에서 누군가 책장을 넘기는 소리마저 들릴 정도로 차분했다. 점원들이 읽어보고 추천하고 싶은 책을 판매하는 서점이라 서점 내부에는 특정한 책을 안내하거나 홍보하는 POP가 없다. 고객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의 책이 있다면 책의 테마를 찾아 책장이나 테이블에 진열된 모든 책들을 다 훑어봐야 한다. 그런 과정에서 고객은 검색조차 해보지 않았던, 당초에는 관심을 갖지도 않았던 그런 운명의 책과 조우하게 되는 것이다.

일본어를 전혀 할 줄 몰라 책의 표지나 내용들을 이해하지 못해 새로운 책과의 만남을 온전히 즐길 수는 없었지만 책을 읽는 순간이 풍요로워진다는 주인의 철학, 문화적인 서점으로 만들고자 하는 고집을 조금은 확인할 수 있었다.

책을 읽는 순간이 풍요로워진다

2006년부터 서점이 함께 운영하는 ‘생활관’과도 연결되어 있다. 음식, 옷, 주택 등 의식주 생활과 관련된 서적과 그와 관련된 잡화를 연결시켜 독자적인 시선으로 제안하는 곳이다. 서점을 나와 바로 옆 건물에 있는 다양한 소품샵과 디자인 용품을 판매하는 갤러리 ENFER까지 방문하고 나니 이미 해는 지고 어두운 저녁이 됐다.

케이분샤를 방문하고 브레이크타임이 막 지나 저녁 영업을 시작한 이치죠지의 라면 맛집 ‘다캬아스’에서 저녁 식사를 한 후 가와라마치로 돌아가는 5번 버스를 탔다.

직원 한 명 한 명이 자신의 안목과 취향으로 책들을 직접 진열해 소개하는 케이분샤. 서점 한쪽에서 책을 조용하게 정리하고 있던 직원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문득 그 사람의 인생에 대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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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죠지 타카야스, 이미지 출처. https://goo.gl/zmu45o

롱 라이프 디자인을 전하는 상점
‘디앤디파트먼트 교토(D&Department Ky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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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앤디파트먼트, 이미지 출처. http://yumiasakura.com/4017

디앤디파트먼트를 알게 된 것은 2년 전 이태원에 오픈한 ‘앤트러사이트’ 카페를 찾게 되면서였다. 지하에 색다른 가게가 한국의 특별한 공예품과 특산물, 리사이클 제품 등을 판매하던 지하의 그 가게가 바로 롱라이프 디자인을 생각하고 전하는 디앤디파트먼트 프로젝트의 8호점이자 해외의 첫 지점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이후 나는 어느 시대에도 변함없는 가치를 지닌 롱 라이프 상품을 판매하는 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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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앤디파트먼트(이하, 디앤디)를 만든 디자이너 겸 경영자 ‘나가오카 겐메이’는 디앤디 매장이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보여주는 하나의 프레젠테이션이라고 말한다. 디앤디에서 중요한 것은 ‘어떻게 물건을 전할 것인가’이다. 그래서 디앤디는 ‘올바른 디자인이 무엇인지’ 전하는 상점이다. 시간이 증명하고 생명이 긴 것, 지속할 만한 가치+가 있는 ‘롱라이프 디자인’이 ‘올바른 디자인’이라고 이야기한다.

지속할 만한 가치가 있는 롱라이프 디자인은 ‘올바른 디자인’이다.

생산 연대나 브랜드, 신품·중고품 등에 얽매이지 않고 한때의 유행에 편승하지 않는, 전통적 방법으로 오랫동안 만들어지고 사용되어온 것, 그리고 오늘날에도 촌스러움이 느껴지지 않는 완성된 디자인의 가치를 지닌 상품을 찾아내 적극적으로 소개한다. 마침 교토 여행기간 머물렀던 호스텔 ‘렌 교토(LEN KYOTO)’에서 멀지 않은 위치에 교토점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교토 여행 2일 차에 디앤디 교토점을 방문했다.

호스텔에서 구글맵을 켜고 교토점을 걸어 찾아간 지 20분이 안 되어 도착지에 거의 다 왔다는 알림을 확인했다. 그런데 도착지에는 가게 같은 건 바로 보이지 않았다. 커다란 사찰만이 보일 뿐.

디앤디 교토점은 다른 매장과 달리 사찰 안에 위치해 있다. 교토 도심에 있는 ‘붓코지’라는 사찰 안에 창고로 사용하고 있는 낡은 건물을 주지를 설득하는 어려운 과정 끝에 디앤디의 매장으로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디앤디 교토점 입구에 도착했을 때 가장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커다란 소문자 dD&DEPARTMENT KYOTO가 하얗게 인쇄된 나무 간판이었다. 사찰을 개조해 만든 매장의 분위기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빈티지한 간판. 뒤늦게 알고 보니 교토점 지점의 나무 간판은 창고 건물의 리뉴얼을 위해 내부의 물건들을 정리하던 중 방치되었던 액자의 뒷면을 그대로 사용해서 만든 것이라고 한다.

고즈넉한 가게의 분위기에 감탄하며 매장을 들어섰을 때 가장 눈에 들어온 건 ‘Only honest design can be recyclable’ 슬로건과 ‘D&DEPARTMENT PROJECT’가 함께 새겨진 숄더백이었다. 숄더백에 인쇄된 슬로건에서 올바른 디자인, 롱라이프 디자인에 대한 철학을 다시 확인하며 매장 내부를 둘러봤다.

Only honest design can be recyclable

매장에서 시선이 갔던 건 바로 식재료와 조미료 등의 특산품과 공예품들. 모두가 간사이 와 교토 지역에서 생산이 되고 있는 현지의 제품들이었다.

2014년에 오픈한 디앤디의 10번째 지점인 교토점은 ‘롱 라이프 디자인’을 테마로 교토 조형 예술대학교가 파트너로 참여해 교토의 공예품과 특산품, 스테디셀러의 생활 도구를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디앤디의 수많은 지점 중에서 가장 그 지역적 특색을 잘 살려 운영이 되고 있는 곳으로 평가받는 곳이 교토점이다.

가게 내부에서 눈에 특히 들어온 것은 바로 상품을 만든 사람과 상품이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를 소개하는 POP가 중간중간 배치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나가오카 겐메이가 국내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 생각이 났다.

“버려지는 디자인과 버려지지 않는 디자인을 구분하는 조건은 ‘이야기’이며 ‘물건이 탄생한 배경이나 어떤 사람이 어떤 생각으로 만들고 팔고 있는가’가 보이는 것들은 버려지지 않는다”.

매장을 다 둘러보고 입구에 비치되어 있던 숄더백 중 마음에 드는 두 가지를 골라 구매 했다. 오후 5시 반이 넘어 많이 어두워진 시간. 계산을 하며 직원에게 디앤디 교토점은 왜 오후 6시까지밖에 운영을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직원이 밖을 가리키며 교토점은 특히 사찰 안에 있어 저녁이 되면 주변이 많이 어두워 손님들의 방문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기존에 누군가가 사용하던 종이 봉투에 디앤디의 로고가 테이핑이 된 재활용 쇼핑백에 물건들을 담아주었다. 제품을 구매하고 담아서 가져가는 순간까지 롱라이프를 전하는 상점의 모습에 더 큰 감명을 받았다.

직원과 작별 인사를 나누며 조금 아쉽고 서운한 마음으로 디앤디 교토점의 문을 나섰다. ‘유행에 좌우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자신의 생활에 대해 생각하고 물건을 고르는 마음을 갖는다는 것이 나에게는 가능한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토에 다녀왔습니다. 마케터의 교토여행 답사기2>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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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더크림유니언 미디어그룹 그룹장 ‘스투시의 마케팅팩토리’ 블로그, 페이스북 운영자 블로그: blog.naver.com/stussy9505 페이스북: www.facebook.com/MarketingFactory2 스토리채널: story.kakao.com/ch/marketing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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