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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광고의 시각적 기법

“각기 다른 꽃을 많이 모아 부케를 만든다 (A lot of different flowers make a bouquet).” – 무슬림 속담

왜 한국의 영상광고는 다 비슷비슷하지?

비슷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비슷비슷한 생각으로 만들어서 그렇다. 마케팅에서는 차별화가 생명인데 그걸 잘 알면서도 영상광고를 만들 때 잠시 잊어버리는가 보다. 누가 자동차 광고는 그렇게 만들라 했는가? 누가 화장품 광고는 그렇게 하라고 했는가? 누가 스마트폰 광고는 그렇게 하라고 했는가? 이제는 좀 더 다양한 방식의 광고를 보고 싶다.

한국의 TV 광고는 왜 외면받을까? 광고주도 소비자도 TV 광고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시대는 지났다. TV 광고비가 줄어드는 이유가 높은 비용 때문만은 아니다. 광고가 재미없어서 소비자가 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케터는 운 좋으면 매체 비용 없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로 무대를 옮기는 것이다. 도대체 소비자가 TV 채널을 다른 데로 돌리거나 유튜브에서 건너뛰기 버튼을 누르게 만드는 그 이유는 뭘까?

첫 번째 이유는 광고라서 그렇다. 광고는 태생적으로 허락 없이 남의 공간과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매체다. 그러니 원래부터 환영받을 수가 없었다. 이건 만드는 이가 어떻게 해결할 수 없다. 그저 보는 이의 마음을 해치지 않게 되도록 부드럽게 다가가는 노력을 할 수밖에.

두 번째는 첫 장면만 봐도 뻔해서 그렇다. 마케터가 비싼 광고비용 때문에 마음이 조급해져서 건조한 이야기만 하니 외면당한다. 숙제만 성실히 하느라 재미는 어디로 갔는지 신경 쓰지 않아서 그렇다. 볼 사람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제품 자랑만 해서 그렇다. 세 번째는 다시 보면 짜증 나서 그렇다. 영상광고는 반복의 매체다. 한 번 본 광고를 또 보게 된다. 그러므로 다시 봐도 보고 싶어야 할 텐데 재미가 없으니 돌려버리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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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영상광고가 뛰어난 점이 두 가지 있다.

첫째로 일단 영상이 멋지다. 제작비 대비 영상 수준이 높다. 대행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광고감독은 멋진 영상 만들어내는 데 사활을 거는 것처럼 보인다. 할리우드 영화 못지않은 화면의 영화적 색감과 앵글 감각이 압권이다. 촬영과 조명도 정교하고 컬러 그레이딩 실력도 뛰어나다. 2D와 3D 실력도 픽사(Pixar)에서 놀랄 수준이다. 비디오 게임 영상처럼 역동적이고 파격적인 그림도 많이 만들어낸다. 좋은 현상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으니까. 무슨 브랜드를 광고하는지 아직 몰라도 일단 멋진 영상이 나오면 보게 되니까. 멋진 영상 보면 만족감을 주니까.

둘째는 유명 모델이 나온다. <설득의 심리학>에 나오는 ‘호감의 법칙’을 잘 활용하는 것이다. 신호에 걸려 서 있는 자동차가 소형차라면 뒤에서 빵빵 소리를 내지만, 고급 차 뒤에서는 그러지 않는 심리가 있다는 것. 연예인을 영상광고에 등장시키면 대단히 강력한 주목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연예인이라면 무조건 좋아하기 때문이다. 물론 외국 광고에도 연예인이나 유명한 스포츠 스타는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한국은 유난하다. 돈이 없어서 그렇지 쓸 수만 있다면 누구나 쓰고 싶어 한다. 교과서에서는 좋지 않은 방법이라 비난하지만, 나라가 작아 무조건 큰 효과를 보니 쉽게 뭐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영애가 마시는 우유를 마시고 싶고, 김연아가 쓰는 귀걸이를 하고 싶고, 공유가 타주는 커피를 마시고 싶어 한다. 유명모델 한 명이 한 시즌에 24개의 광고에 동시에 출연해도 소비자는 다 분리해서 기억해준다. 이러니 쓰지 않을 수 없다. 재미있는 광고 아이디어가 무슨 소용인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보다 캐스팅 디렉터가 더 강력하다. 광고 캠페인에 책임지는 광고대행사보다 연예인 매니지먼트회사가 더 힘이 세다.

소비자는 무엇을 좋아하고 기대하는가?

하지만 이 두 가지만으로는 부족하다. 멋진 영상과 유명모델 외에도 소비자가 영상광고에서 기대하거나 좋아하는 요소를 연구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재미있는 스토리’다. 이전처럼 “그 광고 봤어?”라고 친구나 동료에게 물을 수 있는 광고가 많아야 한다. <SNL>과 <개그 콘서트>를 이길 수 있는 재미있는 광고가 필요하다. “정말 머리 잘 썼네!”, “참 슬프다.”, “정말 우습네.”, “와, 저런 일이!” 같은 반응이 저절로 나올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

또 영상광고에 ‘멋진 카피’가 필요하다. 인쇄 광고에서는 카피를 줄이거나 없애는 추세지만 영상광고는 다르다. 특히 마지막에 강한 한 마디가 꼭 필요하다. 그래야 소비자가 브랜드와 연관 지어 순간적으로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보다 더 유명하고 유행가 가사보다 더 인상적이라 입에 붙을 만한 카피가 필요하다. 브랜딩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법이다. “따봉!”,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 “니들이 게 맛을 알아?”, “크리넥스로도 닦을 수 없는 그리움이 있다.”,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 같은 카피는 한물갔다 생각할 수 있지만, 여전히 기억에 남아있다.

다음은 ‘기억에 남는 음악’이다. 한국광고는 지금도 잘하고 있지만 보다 정교한 사운드 디자인이 필요하다.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 오른 음악을 사용료 내고 배경음악으로 쓰면 효과적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소리에 시간과 비용을 더 투입할 필요가 있다. 영화음악은 영상을 위해 작곡가가 곡을 만들지 않는가? 광고 음악에도 영화음악처럼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이 필요하다. 악기도 컴퓨터로 만들지 말고 가능하면 이전처럼 실제로 연주하면 감동이 훨씬 커진다. <불후의 명곡>에서 코러스와 오케스트라를 왜 동원하겠는가? 영상은 그림 반, 소리 반이다. 그러나 늘 작업시간이 모자라기 때문에 영상제작에는 시간을 많이 들이면서도 오디오 작업에는 시간을 덜 들이는 실정이다. 인상적인 카피 한 줄처럼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소리를 개발해야 한다. ‘펩시’로 들리는 콜라병 따는 소리, “띵띵띵 띵!”하는 네 개의 코드로 우리의 기억에 각인된 <인텔 인사이드>의 음향효과 같은 기억요소를 개발하자.

또한 영상광고가 소비자에게 ‘새로운 정보’를 전해주면 좋아한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다. 영향력이 막강한 영상광고를 통해 제품이나 서비스에 관한 정말 새로운 정보를 전해준다면, 멋진 영상도, 유명한 모델도 필요 없다. 그것이 진짜 광고다. 원래 이런 목적으로 광고를 만들어 소비자에게 보여주는 것인데 언제부터인가 주인과 손님의 위치가 바뀌었다. 소비자가 알고 싶어 하는 브랜드의 혜택보다 포장과 분장이 더 강해지면 공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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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광고의 다양한 시각적 기법

영상광고 표현방식에 다양성이 필요하다. 그래야 재미없어 떠나가 버린 소비자를 되찾을 수 있다. 멋있는 영상과 유명모델에만 기대면 한국의 모든 광고가 똑같아진다. 그러니 일단 광고 아이디어를 정했다면, 영상광고를 어떻게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 수 있는지 생각해보자. 오토 클레프너(Otto Kleppner)가 <광고의 과정(Advertising Procedure)>에서 소개한 영상광고의 다양한 시각적 기법을 알면 유용하다. 수학 문제를 공식에 대입해서 풀듯이 머리에 떠오른 아이디어를 아래 기법에 대입해 보라. ‘이게 좋겠다!’하는 순간을 만나게 될 것이다. 필자도 30년 전에 회사 자료실에서 처음 읽은 이후로 아직도 영상 아이디어 표현의 매뉴얼로 사용하고 있다.

① 대변인(Spokesperson): 프레젠터가 카메라를 정면으로 보면서 시청자들에게 직접 카피를 말로 전한다. 호감과 신뢰가 가는 인물을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인물이 너무 강해서 제품에 대한 주의를 뺏으면 곤란하다. 제품이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이런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창의성이 없어 보이지만, 프레젠터의 매력에 따라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② 증언(Testimonial): 위와 비슷해 보이지만, 출연자가 제품을 실제로 써본 경험을 이야기하므로 믿음이 간다. <도브(Dove)> 비누는 수십 년간 실제 소비자에게 제품을 주고 7일간 사용하게 한 후의 증언을 광고에 담아 성공했다. 광고성 메시지라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절대 강요하지 말고 자연스러운 심리상태에서 사용 경험을 이야기해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③ 실연(Demonstration): 소비자에게 제품이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실연을 통해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이 방법을 쓴다. 시청자들이 작동방식을 확실히 볼 수 있게 클로즈업 장면을 쓰는 것이 좋다. 신뢰감이 있어야 하고, 법적으로 반드시 실제 사용 시와 동일한 데모를 보여 주어야 한다.

④ 클로즈업(Close ups): TV는 기본적으로 클로즈업의 매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햄버거 광고에서는 햄버거 만드는 장면을 반드시 클로즈업한다.

⑤ 스토리라인(Storyline):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기본방식이다. 초단편영화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된다. 15초 안에 기승전결을 갖춘 극적 구성을 하기는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 시간이 워낙 짧아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다. 이야기에 일체의 군더더기를 없애고 마지막에 강한 반전을 설정하면 효과적이다. 최근 유튜브와 스냅챗이 밀고 있는 6초짜리 범퍼(Bumper)광고에도 재미있는 스토리를 담을 수 있다. 남성 모델의 겨드랑이에서 샤워 꼭지에서 나오듯 강력한 물줄기가 나온다. 땀을 과장해서 표현한 것이다. 3초 후 땀을 막아주는 스틱 형태의 제품이 겨드랑이에 날아 들어가니 물줄기가 갑자기 멈춘다. 6초에도 스토리라인을 만들 수 있다.

⑥ 인생의 단면(Slice of life): 원래 문학작품이나 연극에서 즐겨 쓰는 방식이다. 인생의 한 장면을 잘게 잘라 보여주어 시청자가 ‘저 장면 속의 주인공이 나 같구나!’ 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P&G에서는 모든 이야기를 광고에서 이 방식으로 풀어나간다. 갈등(predicament) + 해결(solution) + 만족(happy)이 공식이다. ‘문제해결(problem solution)’ 방식이라고도 한다. 홍콩 직장인의 길거리 식당 점심시간. 요리사가 커다란 팬에 맛있는 음식을 기름에 볶고 있다. 갑자기 뻘건 새우가 팬에서 튀어나와 주인공의 하얀 셔츠에 묻는다. 황당한 주인공. 다음 장면은 세제 등장. 새하얗게 세탁한 셔츠를 입고 만족해하는 주인공. 이런 공식이다. 너무 도식적이지만 늘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에 즐겨 사용한다.

⑦ 비네트(Vignettes): 제품 포인트(product point)를 강조하기 위해 여러 상황을 보여준다. 스토리 없이 사람들이 제품을 즐겁게 사용하는 모습을 빠른 속도로 구성한다. 혹은 그림 위에 징글(jingle)을 입히기도 한다.

⑧ 직접 비교(Direct Product Comparison): 한국에서는 정서상 즐겨 쓰지는 않는다. 조심할 점은 경쟁사가 제소했을 때 확실히 우월한 제품이라는 증거를 마련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⑨ 사진과 예술작품(Still Photographs & Artwork): 사진, 미술작품, 만화, 레터링(lettering) 등을 활용하면 저비용으로 흥미로운 광고를 만들 수 있다. 컴퓨터그래픽을 활용하여 정적인 그림을 엄청나게 크게 움직이도록 만들 수 있다.

⑩ 애니메이션(Animation): 광고에 꼭 모델이 나올 필요는 없다. 애니메이션을 잘 활용하면 제품과 메시지에 따뜻하고 친밀한 분위기를 줄 수 있다. 또 실제로 촬영해서 보여줄 수 없는 제품실연을 보여주기 위해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면도기 광고에서 면도날의 작동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여러 방식을 결합(Combination)해서 써도 좋다. 위의 메뉴 중에서 내 아이디어에 알맞은 기법은 어떤 것일까? 좋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해보자. 제품 메시지가 중요하지만, 전달하는 방식도 중요하다. 비슷비슷한 사람들끼리 비슷비슷한 영상광고 만들지 말고 다양한 방식으로 재미를 주자. 표현 매뉴얼로 써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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