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fication

영상광고의 아이디어 소스

“인생은 성실하게 살기만은 지루하다. 과장이 필요하다.”
– 덴츠의 어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착각을 버려라

영상광고가 대세다. 세계적 공룡으로 자리 잡은 유튜브와 페이스북 덕분이다. 문자에서 이미지로 넘어갔다가 이제는 영상으로 교신한다. 개인이 그러니 기업이 따라간다. 정부도 따라간다. 그래서 최근 여러 정부 부처에서도 영상광고로 국민과 소통하는 전문가를 기용한다. 작가도, 디자이너도 뽑는다. 앗, 정부 부처에도 ‘인하우스(In-house)’ 광고회사가! 정부와 국민이 직거래를! 시장의 급격한 변화로 혼란 속에서 달리고 있는 광고, 홍보대행사, 광고제작사는 더 긴장하게 된다.

일이 줄어들 뿐 아니라 아이디어도 정부의 인하우스 팀보다 더 잘 내야 한다. 정부 부처 영상전문가를 선발하는 심사에 갔다. 근무조건도 좋고 직급도 꽤 높아 탐나는 자리였다. 학교에서 일하지 않는다면 지원하고 싶었다. 임무가 쉽지는 않다. 어렵고 딱딱한 정책을 국민 입장에서 쉽게 받아들이게 만들어 홍보하는 일이다. 그래서 면접에서 실기시험도 봤다. 지원자들이 주어진 정책과제에 대한 스토리보드 아이디어를 냈다. 그런데 이상하다. 제출한 아이디어 모두 비슷했다. 거의 똑같았다. 모범답안을 가르쳐 주는 학원이라도 있는 걸까? 광고, 홍보대행사, 광고제작사의 광고전문가들은 당분간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영화광이 아니라면 같은 영화를 두 번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요금이 비싸기도 하지만 새로운 영화가 계속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게다가 죽기 전에 꼭 봐야 한다는 영화만도 100편이 넘는다. 편당 길이를 90분으로만 잡아도 시간이 모자라 죽기도 어렵겠다. 하물며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비슷비슷한 광고를 누가 보겠는가?

광고작가는 사람들이 자기 글을 꼭 읽어 주리라 생각한다. 광고디자이너도 영상광고제작자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건 생각이 아니라 착각이다. 그 착각을 버려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내가 만든 광고를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만 보게 만들 수 있다. 명작을 만들 수 있다. 그래야 잃어버렸던 광고 애호가들을 다시 불러올 수 있다. 그래야 기업이 광고 물량을 늘릴 수 있다.

어떻게 하면 독특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을까?

따라 하지 말아야 한다. 화제가 된 광고를 보면 무심코 그걸 따라 하고 싶어지는 것이 사람의 본능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국제광고제 수상작에서 영감(?)을 받아 몰래 부분적으로 베낀 영상광고를 한국 TV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물론 참고하기 위해 남의 광고를 골똘히 돌려보면 나도 모르게 베끼게 된다. 완전히 베낄 수는 없으니 한 장면이나 배경음악을 슬쩍 가져온다. 모티브(Motive)를 가져왔더라도 거기서부터 상상력을 발휘하면 좋겠는데 그러기 어렵다. 처음 본 작품의 아우라(Aura)가 워낙 강해 좀처럼 다르게 표현하기가 어렵다.

광고주를 이해시키려고 ‘레퍼런스(Reference)’라는 미명 아래 남의 영상광고를 보여주었다가 제작물이 그대로 나오지 않아 비난받는 일도 잦다. 어느 영국 광고가 멋있어서 한 장면도 다르지 않게 그대로 찍었다가 소송 당한 일도 있다. 한국에서 베낀 걸 영국에서 어떻게 알았지? 영국은 멀지 않나? 한두 마디는 표절이 아니라며 유명한 음악의 모티브만 살려 비슷한 광고 음악으로 변형해 쓴 광고도 아직 많다. 어젯밤에 본 TV 광고에도 그런 음악이 나왔다. 유치원생들도 무릎 치며 박자 맞추며 부르는 유명한 영국 그룹의 음악을 비틀어 썼다. 물방울 캐릭터가 그 음악에 맞추어 움직이는 프랑스 생수 제품의 애니메이션 광고에서 영감을 받았나 보다. 그런 유혹에서 벗어나야 독특한 생각이 나온다.

독특한 영상광고를 만들려면 아이디어의 소스(Source)가 다양해야 한다. 영상 아이디어를 내라고 하면 최근 본 할리우드 영화의 특수촬영 기법을 쓰고 싶고, 유명모델을 쓰고 싶고, 호주 가서 찍고 싶은 유혹에서 벗어나야만 독특해진다. 남양주 세트장보다 프로방스에 가서 찍는 건 제작자의 행운이지만 그런다고 독특해지지는 않는다. 광고는 이슈(Issue)를 만드는 일이다. 결국 사람들에게 이슈가 되려면 정말 독특한 아이디어라야 한다.

지금부터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영상광고 아이디어의 소스 몇 가지를 소개한다. 사람들을 놀라게 할 광고 아이디어를 내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을 때 참고하면 좋다. 그대로 아이디어로 쓸 수는 없지만, 다양한 소스 중에 하나를 골라 상상력을 발휘하면 독특한 아이디어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일본의 덴츠(電通)와 하쿠호도(博報堂)의 대선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이 알려준 내용에 필자의 경험을 더 했다.

소스 ① 오디오 죽이기

영상에서 소리를 의도적으로 빼본다. 소음 때문에 광고를 싫어하는 경우도 많다. 소리를 죽이고도 이해되는 광고를 만들 수 있다. 훌륭한 영상은 말로 설명하지 않고 보여주기만 해도 효과가 있다. 물론 음악이나 음향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오렌지 100% 아이스바 광고에서는 동그란 오렌지에서 아이스바 나무 꼭지를 서서히 꺼내는 모습만 보여 주어 성공했다. 지켜보기만 해도 시원하고 짜릿한 맛을 느끼게 된다.

명품향수 광고나 코냑(Cognac) 광고를 참조하자. 격앙된 어조로 제품을 소개하는 TV 홈쇼핑의 남자 성우 목소리를 10분 이상 참고 듣기는 정말 어렵다. “20kg 넘는 물건도 거뜬하게에에에!”라며 외치는 것은 TV 채널을 바로 돌리게 하는 힘이다.

소스 ② 모델 죽이기

일부러 모델을 출연시키지 않는다. 처음에 모델부터 생각하면 독특한 아이디어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은 사람에 관심이 많으므로 광고에 사람이 나오는 게 유리하다. 다만 제한적인 아이디어만 생각나는 것이 문제다.

드라마처럼 대화를 한다거나 패션모델처럼 멋진 포즈를 보여주는 것은 좋다. 그러나 한 번쯤 벗어나 보면 아이디어가 독특해진다. 출연료를 아껴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다. 정적인 아이디어만 생각난다. 문자를 움직이게 하여 시각적 효과를 만든다.

아식스(Asics) 스포츠슈즈 광고에서는 모델의 발만 나온다. 운동장을 달리는 선수의 오른발에는 아식스가, 왼발에는 나이키가 신겨져있다. 선수가 달리는 동안 아나운서의 경기 중계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식스가 앞서갑니다. 나이키가 앞서갑니다. 아식스가…나이키가…” 한 선수가 다른 신발 신고 달리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모델을 쓰더라도 이렇게 하면 다른 재미를 줄 수 있다.

소스 ③ 많이 숨기기

사람들은 숨어있는 것을 알아내고 싶어 하는 심리를 가지고 있다. 광고에서도 보는 이를 약간 놀리고 감추면 효과적이다. 어느 날 거리에 걸린 “선영아, 사랑해!”란 현수막은 이야기를 잘 숨겨서 호평받았다. 이후에 많이 따라 했지만, 얄팍한 아이디어로 ‘티저(Teaser)’ 광고를 만들어서는 성공하기 어렵다. 눈치 빠른 소비자가 알아 채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 설계하면, 한 편의 광고에서도 숨기기 기법을 써서 효과를 볼 수 있다. 아사히(Asahi) 신문 광고에는 다리 난간에 사람들이 벌떼처럼 모여 웅성거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누가 투신자살이라도 한 걸까? 누군가 “반대쪽이다!”라고 외치자 사람들이 반대쪽 난간으로 몰려간다. 그 순간 자막이 뜬다. “자세한 내용은 아사히 신문을 읽어 보세요.”

소스 ④ 과장해서 표현하기

인생은 성실하게 살기만으로는 지루하다. 과장이 필요하다. ‘혁신’, ‘융합’, ‘4차 산업혁명’, ‘리더십’ 이란 단어를 읽거나 들으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가? 필자는 ‘헉!’ 소리를 내게 된다. 이어서 ‘또 그 얘기야?’ 하는 마음의 소리가 들린다. 기획서나 보고서에 단골로 등장해 춤추는 단어들이다. 반갑지만 지루하다.

좀 비틀어서 표현할 수 없을까? 과장해보자. 사기 치는 거 아니라면 아이디어 세계에서 과장은 늘 우대받는다. 사람들이 언제 웃는가? 뻥을 잘 치는 사람이 연애도 잘한다. 내가 만든 영상광고를 보고 “에이, 그런 게 어디 있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게 만들어 보자. 그것이 ‘인게이지먼트(Engagement)’고, ‘본딩(Bonding)’이다.

소비자가 마음의 벽을 허물고 무너져줘야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점잖게 자기 이야기를 다 했다고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숙제를 다 했을 뿐이지 마음을 건드리지는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마친 친구가 빨리 취업한다. 그러나 스타가 되지는 못한다. 성실하니까. 조금 삐딱하게 살아보자. “영원한 건 절대 없어. 결국에 넌 변했지. 이유도 없어. 진심이 없어. 사랑 같은 소리 따윈 집어 치워. 오늘 밤은 삐딱하게~!”를 노래하는 지 드래곤은 삐딱해서 스타다.

영국 런던. 버스 기다리는 노인이 버스 시간표에 코를 대고 쳐다보고 있다. 한참을 쳐다본다. 장면이 바뀌면 그가 불자동차 뒤에 매달려서 가고 있다. 빨간색 불자동차를 빨간색 버스로 착각한 것이다. 이윽고 내레이션이 흐른다. “최근에 시력검사 하셨어요? – 안경사 연합회”

그런데 요즘 일부 한국의 영상광고는 매우 점잖다. 특히 고가제품 광고는 더 그렇다. 스마트폰과 냉장고, TV 제품광고는 조용하게 흐른다. 느릿느릿한 화면에 깔리는 성우의 목소리도 엄숙할 정도로 가라앉은 톤이다. 고급스럽다. 호들갑을 떨지 않아 격조 있어 보인다. 시끄러워서 광고를 외면하는 사람들에게는 다가가기 쉽겠다. 좋은 일이다. 그러나 조금 심심하다. 과장해서 표현해보자. 훨씬 재미있어진다.

소스 ⑤ 뒤집어보기

살면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뒤집어본다. 영상광고 아이디어가 아니어도 무엇이든 뒤집어보면 재미있다. 영상광고를 다큐멘터리 영상처럼 있는 그대로 표현하면 사실적이라 좋다. 다만 재미가 없다. 사람들이 외면하는 현대의 광고는 그렇게 한가롭지 않다. 뒤집어 생각해보자. 그래야 영상광고에 주의를 집중시키기 좋다.

다시 영국 런던의 어느 도로. 할머니가 개와 함께 산책한다. 그런데 누가 자동차를 인도에 주차해놓아 지나갈 수가 없다. 할머니는 일초도 머뭇거리지 않고 그 차가 발로 확 차버린다. 어이없이 뒤집히는 자동차. 할머니는 아무 일 없었던 듯 유유히 걸어간다. 주차질서 공익광고다.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콘을 사 들고 신나서 나오는 할머니. 그런데 손에 쥔 아이스크림콘을 놓치고 만다. 데굴데굴 굴러 주차한 자동차 밑으로 들어가 버린 아이스크림. 할머니는 주저 없이 자동차를 두 손으로 들어 올리고 아이스크림을 구출한다. 누가 할머니는 힘이 없다 했는가? 고정관념을 뒤집어보자.

똑같이 하지 말자. 튀어야 산다. 유사 이래 가장 심해진 영상의 클러터(Clutter) 속에서 튀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다. TV 뉴스도 보지 않는데 광고는 보겠는가? 광고 기피증은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어려운 문제(Problem)의 슬기로운 솔루션(Solution)을 빨리 찾아내는 것이 전문가의 몫이다.

Digital Agency AD

LINK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