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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모두 밤을 샌다-초과 근무, 인터뷰, 에이전시, 어센트코리아, 래쉬 크리에이티브, 광고대행사, 광고, B&D

한 광고인의 자살

Di. 오늘은 대행사들의 ‘초과 근무’가 주제다. ‘저녁이 있는 삶’은 둘째 치고 야근에 주말 특근까지. 대행사 직원들은 언제까지 이렇게 고생해야 되나. 뭐, 비단 광고인들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지만 말이다. 우리 같은 잡지사도 마찬가지니까. 하하. 어떤 부분이 가장 문제고, 외국은 어떻고, 해결법은 있는지 등등 초과 근무에 대한 모든 것을 오늘 요목조목 따져보도록 하자.

이환선. 얼마 전 일본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뉴스가 하나 있다. 일본의 한 광고대행사 직원이 과도한 업무량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사건이다. 그 친구는 신입사원이었고, 한 달 간 초과 근무 시간이 대략 100시간이었다. 정확히는 지난해 10월 130시간, 11월 99시간. 일본 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일을 시킬 수 있느냐 하고.

Di. 한국이 출동하면 어떨까.

이환선. 그래서 한국에서 대행사 생활할 때를 돌아봤다. 일반적인 광고·마케팅 대행사의 근무 시간은 8시간, 보통 오전 9시 30분 출근, 오후 6시 30분 퇴근으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실제 퇴근하는 시간은 오후 10시 반에서 11시 사이. 주말 근무에 가끔 새벽까지 근무하는 시간을 더하면, 사실상 100시간 정도 초과 근무하는 셈이다. 일본을 떠들썩하게 만든 이 사건이 우리나라에선 너무 흔한 일이었다는 것. 개인적으로 온라인 광고대행사, 오프라인 대행사, 디지털 대행사, 광고주 사이드를 모두 경험했지만, 대부분 업무 강도는 비슷하다. 비단 이는 우리 업계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 같다. 이렇게까지 일을 해야 할까 하는 고민도 든다.

Di. 그럼 외국은 다른가?

이환선. 미국 뉴욕에 있는 광고대행사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야근이 없는 건 아니다. 그들도 마감 기간 되면 3일씩 집에 안 가고 그런다. 당시 쓰러져서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직업을 물어보더라. “혹시 작가인가요?”, “아뇨”, “그럼 PD?”, “아뇨”, “혹시..광고?”. 이런 걸 보면 광고업계 만큼은 외국도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다.

제임스 정. 내가 알기로 해외에서 야근이 그리 흔한 경우는 아니다. 일부 한국 회사처럼 모두가 야근을 해야만 하는 문화가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 덧붙여, 부득이 야근을 하게 된다 해도 충분한 보상이 있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 야근이나 주말 근무에 대한 올바른 보상이 이뤄지고 있는지도 오늘 주제를 통해 다뤄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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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야근을 하는가

Di. 좋은 말씀 고맙다. 자, 그럼 국내 광고·마케팅 에이전시들이 왜 이렇게 야근, 밤샘 근무를 많이 하게 되는지를 진단해보자. 우리가 야근을 하는 이유는 뭘까?

이환선. 오늘 주제를 준비하며 후배들에게 의견도 물어보고 개인적인 경험을 종합해 공통적으로 꼽는 네 가지 이슈를 정리해봤다. 1) 광고주의 갑질, 2) 대행사 영업 방식의 문제, 3) 대행사의 업무 프로세스, 4) 대행사 직원들의 문제. 어떤 의견이 나와도 이 네 가지 담론 안에서 이야기가 돌더라. 여기서 가지를 확장해보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박세용. 정확히 공감하는 네 가지 포인트를 짚어주신 것 같다.

Di. 그럼 가장 먼저, 광고주의 갑질 문제부터 펼쳐보자.

그 분의 급한 요청

이환선. 광고주와의 문제 중 가장 많은 이야기가 나온 부분이 ‘광고주의 갑작스러운 요청’이다. 예를 들어 퇴근 시간 직전, 오후 4~5시쯤 ‘급한 요청’이라며 추가 요청 사항을 가져오는 경우다. 실제 일하면서도 많이 봤고, 지금도 많이 겪는 일이다. 지금 진행하는 일에 대한 리포트 정도는 이해하는데, 기존 제안 외 추가 제안 사항을 다짜고짜 내일 아침까지 보여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 당연히 대행사 직원들은 밤샘 작업이 이뤄진다.

박세용. 사실이다. 더 혼란스러운 것은, 지난달 모두까기를 통해서도 다뤘지만, 그런 추가 요청들이 광고주 내부 보고를 위한 경우들이 많다는 부분이다. 더 심한 경우 광고주 담당자가 자신을 ‘아이디어 맨’으로 포장하고 싶어서 대행사 목을 조르는 경우도 많다. 대행사들은 그런 광고주님 요청에 개인 생활의 정말 많은 부분을 희생한다.

제임스 정. 업계 내에서 굳이 따지면 미디어 운영이나 디지털 매체 대행사보다는 크리에이티브나 캠페인 쪽, 제작 쪽 에이전시들이 그런 고초를 많이 겪는 것 같다. 이게 문제인 줄 알면서도 계속 반복하는 것이 정말 문제라고 본다.

이환선. 동의한다. 그런데 더 무서운 것은, 광고주 사이드에서 이러한 태도를 바꿀 마음이 없다는 사실이다. 50대 이상 선배들에게 일을 배운 30대 중후반 실무진들이 고스란히 버릇을 들인 거다. 내가 보기에 향후 10년 내로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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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데드라인

Di. 정말 무섭고도 슬픈 일이다. 광고주의 태도와 관련된 내용 외에 또 다른 문제도 언급해보자. 앞서 두 번째로 짚어주신 대행사 경영자 영업 방식에 대해서도 궁금한데?

이환선. 예를 들면 대행 업무를 광고주로부터 받아 오는 경영자가 데드라인에 대한 딜을 하지 않은 상태로 실무진들에게 넘겨주는 것과 같은 영업 방식이다. 확실한 가이드라인이나 업무 범위 등을 설정해두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일감을 가져오는 거다. 대표는 그냥 가져오면 되지만 직원들 입장에선 정말 크다. 실무를 진행하는 사람들은 그 데드라인 맞추려고 정말 죽어난다.

제임스 정. 경험상 알고 보면 데드라인을 2~3일 더 미룰 수 있었던 경우, 혹은 일을 하기로 하고 뒤늦게 알려주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이에 대한 시간 외 수당과 같은 적절한 보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고.

이환선. 사장 입장에선 만 원 짜리 프로젝트 백 개로 백만 원을 벌든, 백만 원 짜리 프로젝트 하나로 백만 원을 벌든 똑같다. 따와서 매출 올리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직원 입장에선 프로젝트 한 개와 백 개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그렇게 직원들은 떠난다. 그럼 요즘 사장들은 ‘또 뽑으면 되지’ 하는 마인드다. 그것도 아니면 ‘성장’이라는 빌미로 직원들을 꼬드긴다.

박세용. 사장 입장에선 유혹이 있을 거다. 조금이라도 프로젝트를 더 수주해서 한 푼이라도 더 벌고 싶은. 이럴 때 직원들을 더 조르게 되는데, 이런 경우 대부분 ‘더 당기면 끊어지는 끈’과 같다. 사실 어느 정도 경험 있는 친구들은 내게 일이 얼마나 가중되고 있는지 본능적으로 안다. 능력 있고 경험 있는 직원들이 이를 왜 버티고 있겠나. 당연히 나가는 거다.

이환선. 물론 울며 겨자먹기로 하는 대표들도 있더라. 직원들을 쥐어짜지 않으면 당장 내일 망하는 영세한 회사들은, 정말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하는 거다.

박세용.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반드시 언젠가는 끊어진다는 사실이다. 평생 그런 상태를 유지할 수는 없다. 업계에 오랜 기간 있었지만, 그렇게 성공을 이룬 회사는 들어본 적이 없다.

제임스 정. 대표로서 공감 가는 대목이 많다. 정말 하고 싶지 않은 말이지만, 업무가 몰릴 때 ‘회사를 위해 한 번만 부탁한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더라.

Di. 그 악순환을 누군가 끊어야 하지 않을까. 대표들끼리 모여 있으니 이런 얘기도 나오는 것 같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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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세스의 중요성

제임스 정. 대표 입장에서 또 고민이 있다. 직원들의 역량과 연봉은 계속 올라가는데, 프로젝트 수주에 따른 매출은 그대로인 것. 아마 중소 규모의 에이전시를 운영하는 모든 대표님들이 공감하는 부분일 텐데, 이 경우 결국 생산성이 중요하다. 그래서 난 새로운 업무 방법론이나 좋은 클라우드 서비스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바로 써 보는 편이다. 좋다는 생각이 들면 고민 없이 바로 적용한다. 업무 생산성을 높여주는 툴을 대표 입장에서 먼저 고민해보고, 우리 회사만의 해법을 만들어가는 노력이 중요한 것 같다.

Di. 자연스럽게 ‘대행사 내부 프로세스의 문제’ 이야기로 넘어왔다.

박세용. 내부 프로세스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에 앞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게 있다. ‘우리 직업이 과연 9 to 6로 마칠 수 있는 일인가’에 대한 논의다. 그 위에서 프로세스에 대한 이야기도 제대로 짚을 수 있을 것 같다.

이환선. 공감한다. 프로세스가 정말로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논리적 뒷받침이 될 것 같다.

박세용. 우리 일이 사실 정확히 시간을 가늠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않나. 열 시간 예상하고 한 시간 일을 해도 10분의 1을 완료한다는 보장이 없다. 예컨대 제안서를 쓴다고 가정해보자. 광고주와 관련된 자료와 뉴스들을 정리하며 어떤 이야기 구조를 짜야 할 지 찾는다. 업무 시간엔 도저히 정리가 끝나지 않아 집에 와서 다시 정리한다. 여전히 갈피가 잡히지 않는다. 밤에 잠들기까지 계속 생각을 정리한다. 다음날 아침 번뜩 스토리라인이 잡힌다. 오전 업무 시간 중 내부 보고 자료를 만든다. 오후에 내부 직원들과 자료를 리뷰한다.

Di. 대부분 대행사들이 그런 프로세스를 따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박세용. 대부분 이런 방식으로 일한다고 볼 때, 과연 잔업 없이 우리 일이 성립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남는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이대로 우린 매일 밤을 새야 하나?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스타트업 회사들을 보자. 유니콘처럼 언젠가 날아 오르겠다는 꿈으로 3~4년간 정말 밤낮 없이 달린다. 시간이 지나 열매가 나오고 사업이 커지면 충분한 보상이 돌아오니까. 그런데 우리 업은 어떤가? 3~4년 후 그만큼의 성장을 보장할 수 있나? 우리 업계에 속한 회사들은 대부분 짧은 3~4년의 시간을 전속력으로 달리기보다, 오랜 기간 달릴 수 있는 지구력이 더 중요하다. 대부분의 경우, 이 지구력은 시스템이나 프로세스가 얼마나 우수한가에 달려 있다고 본다. 즉, 대행사 직원 입장에서 정말 좋은 근무 환경이란 삐까번쩍한 복지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필요한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환선. 동의한다. 시스템은 정말 중요하다. 길게 늘어지고 반복되는 일들을 조금이라도 탬플릿화 해놓으면, 분명히 일의 총량도 줄어든다. 주간, 월간 보고를 위한 리포트를 탬플릿화해 실제로 효과도 많이 봤다. 일상적으로 반복하는 업무의 30% 이상이 줄어들더라.

제임스 정. 사실 미디어나 캠페인 운영단에서는 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크리에이티브 쪽은 광고주마다 맞춤정장식으로 운영하다 보니 사실상 탬플릿화가 불가능한 점이 있다. 일의 중요도를 관리하고 효율적인 업무 배분 시스템 정도를 만드는 것이 전부. 뭐, 그 정도도 하지 않는 회사들도 많은 걸로 알고 있지만 말이다.

이환선. 맞는 말이다. 분명 탬플릿화가 어려운 회사들도 있다. 다만, 분명히 일상적으로 반복하는 업무들이 어느 회사나 존재할 것이다. 이를 조금이라도 덜 수 있는 그 회사만의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좋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 같다. 업무를 표준화하는 작업이 회사를 성공시킨다고 생각은 하지 않지만, 적어도 회사의 업무적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효율적으로 봐도 그렇다. 회사 입장에서 직원은 자산이다. 직원들이 너무 많은 일을 떠안아 업무 효율이 떨어지고, 그래서 관두기 시작하면 회사 차원에서도 막대한 손실이다.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만들어 이곳저곳에서 새어 나가는 경제적, 시간적 소비를 줄이는 것이 기본적으로 마인드에 깔려 있어야 한다.

제임스 정. 한편, 사실 한국 시장은 프로세스가 들어와도 힘들다는 생각도 있다. 내가 호주에서 운영하는 회사 프로세스가 상당히 좋은 편이다. 나름 선진적인 방법론과 프로세스를 개발하고 적용해, 우리에게 꼭 맞는 운영 방식을 찾아냈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이런 게 다 필요가 없다. 제안 작업을 예로 들어볼까? 호주에서 제안이 들어오면 보통 한 달 정도 시간이 주어진다. 제안을 수락할 것인지 고려하는 시간이 일주일 정도, 시안과 관련된 기획, 디자인, 개발 작업 기간이 2~3주 정도. 그래서 초기 기획에 쏟을 수 있는 시간이 여유롭진 않지만 제법 있다. 그런데 한국 시장에 와서 클라이언트를 만났다. 제안에 몇 일 줬는지 아나? 시안 작업 포함 제안 기간을 3일 주더라.

Di. 아니 그렇게 짧은 이유가 대체 뭔가.

제임스 정. 광고주 내에서의 검토 기간이 매우 길었던 것으로 추측한다. 호주에선 기획자가 일을 늦게 할 경우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이 야근을 하게 되지만, 한국에선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밤샘 작업을 해야 마감할 수 있다. 예전에 한국에 회사를 낼 때 ‘우리 회사 야근 없어요’라고 공고를 냈더니 반응이 폭발적이더라. 야근을 피하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지 몰랐다. 지금도 한국 일을 하고 있는데, 한국 클라이언트만 만나면 야근할 일이 계속 생기더라. 효율적인 프로세스고 뭐고 기간 자체가 짧으니 답이 없었다. 말하다 보니 다시 광고주 문제로 돌아왔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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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고따구로 할래?

Di. 이야기를 하다 보니 결국 주제가 물고 물리는 것 같다. 자, 그럼 주제를 더 이어가보자. 네 번째 문제, 직원들에겐 문제가 없나?

박세용. 이건 사실 우리나라 직장인 모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인데, 업무 시간에 담배, 커피, 산책, 잡담 등 ‘딴 짓’이 유독 한국에서 많기는 한 것 같다. 가까운 일본의 통계만 봐도 업무 시간 중 사적인 일을 하는 것에 대해 상당히 경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그 비중이 적지 않을까?

제임스 정. 우리 호주 직원들만 봐도 그렇다. 회사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었던 정말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는 앞서 말한 프로세스 외에도 ‘일할 땐 정말 일만 하는 것’이었다.

이환선. 내가 알기로, 국내 광고대행사들 중 다음과 같은 일상을 따르는 곳이 정말 많다. 전날 야근으로 오전 10~11시 사이쯤 출근한다. 졸린 눈 부비며 조금 앉아 있다가 점심 먹고, 돌아와서 커피 한 잔 하고, 1시 반쯤 들어온다. 배가 더부룩하니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자리에 앉아 제대로 일 시작하는 시간은 오후 3시. 조금 있다가 또 저녁 먹으러. 저녁은 더 여유 있게 먹는다. 어쨌거나 규정 상으론 퇴근 시간 이후니까. 8시 넘어서까지 저녁 먹고 커피나 당구 타임. 또 다음날은 야근했다고 느지막한 10시쯤 출근하고. 바로 ‘습관적 야근’이 몸에 베어 있는 거다. 이게 문제가 뭐냐면, 원하지 않는 사람들도 따라야 한다는 거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다 그러는데 어떡하나? 정말 심각한 문제다. 더 웃긴 건, 윗사람들은 이렇게 행하는 야근을 ‘투지’, ‘열정’과 같은 단어로 포장한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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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tup Stock Photos

해결책은 없을까

Di. 분명 직원들의 문제도 있다. 프로세스를 적용하기 전에 실질적으로 일을 하지 않는 직원들의 태도를 뜯어 고쳐야 하는 것도 같다. 오늘 여러 문제를 짚어봤는데, 해결책은 없을까?

박세용. 사회 깊숙이 퍼져 있는 잘못된 관행과 문제들, 그리고 이를 문제로조차 여기지 않는 문화가 사회 전체에 팽배해 있다. 하지만 이렇게 거시 담론으로만 보면 해결할 수가 없다. 미시적으로 세세하게 파헤쳐 보면, 실제 회사들이 일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 오늘 이야기한 여러 사례를 통해 확인했듯이 말이다. 내 생각에, 단편적으로 지금 당장 바꿀 수 있는 문제는 프로세스와 시스템의 부재라고 본다. 그 이후에 대행사들의 영업 방식이나 광고주 문제, 고착화된 직원들의 근무 태만 등이 해결될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될 수 있겠다.

이환선. 그럼 실질적인 변화는 어떻게 이뤄질까? 이러한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는 키를 쥔 이들이 누구일까.

박세용. 나는 대기업의 팀장급 직원들이라고 본다.

이환선, 제임스 정. 글쎄, 실질적인 키는 대기업의 임원진이나 대행사 대표들이 쥐고 있는 것 아닐까?

박세용. 우리나라에서 만큼은 대기업의 팀장급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경우, 기업 전반의 생태 구조를 보면 ‘중견기업’이라는 중간 층이 정말 두텁게 자리를 잡고 있다. 그들은 매출 구조가 탄탄하며 중소기업들의 생장에도 큰 힘이 되며, 지역 경제 발전에 엄청난 도움을 주는 존재들이다. 자, 우린 어떤가. 커다란 재벌 대기업 5% 아래 중소기업 95%가 널찍이 깔려 있는 구조다. 중간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즉, 일본에선 중견 회사들이 변화를 주도할 만한 힘이 있으나, 한국에선 5%가 실질적인 키를 쥐고 있다는 얘기다. 재벌가의 총수나 임원진들이 이를 바꿀 마음이 있을까? 실질적인 변화는 팀장 레벨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 그런 차원에서 대기업의 팀장을 거론한 거다. 그런 변화가 이뤄질 때, 비로소 광고·마케팅 업계에서도 양질의 기업 문화가 자리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Di. 오늘 좋은 말씀 고맙다. 이로써 ‘모두까기’의 시즌1이 마무리됐다. 디지털 및 광고마케팅 생태계 전반에 존재하는 수많은 문제를 민낯으로 만나봤다. 용기 있게 까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 조만간 돌아올 시즌2를 기대해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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