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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왈, 멍멍, 컹컹
<짖는 SNS 바크(B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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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생긴 습관이 하나 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짜증이 어깻죽지까지 솟구칠 때, 왜인지 울적할 때, 휴대전화를 켠 다음, ‘짖는’ 것이다. 왈왈. 멍멍. 그러면, 가까이 있는 누군가도 짖는다. 멍멍. 왈왈. 말을 붙이는 것도, 질문을 던지는 것도 아니고, 다만, 너 거기 있니. 나 여기 있다. 그렇구나. 그렇다니까. 컹컹. 왈왈. 공들여 보정한 사진도, 엄선한 해시태그도 없는 SNS ‘바크’에서, 근래 기자는 신나게 짖고 있다.


안녕, 낯선 사람

바크에 접속해서 처음 할 일은 프로필로 사용할 개 이미지를 선택하는 것이다. 원한다면 사진을 더해도 된다. 이름은 랜덤이다. 무작위로 선정된 네 자리에서 여섯 자리의 숫자가 여기서 사용할 이름이다. 이름이지만, 아무도 외우지 않는다. 외우지 않아도 된다. 이름은 사람이 부르는 것이니까. 어디, 개들끼리 서로 이름 부르며 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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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접속하면 보이는 창
샵(#) 뒤의 숫자가 이용자의 이름이다

 

바크에 있는 이들은 이용자 본인을 포함해 모두 산책 나온 강아지다. 2 제곱킬로미터의 넓은 산책로를 함께 공유하고 있다. 같은 산책로를 노니는 강아지들은 평시에는 숨어 있는데, 사용자가 ‘짖으면’ 모습을 드러낸다. 짖는 방법은 간단하다. 메인 화면 중앙 슬롯을 짧게 누르면 된다. 곧 동심원과 함께 몇 개 프로필 슬롯이 등장할 것이다. 그들 중 하나를 눌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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짖으면 동심원과 함께 가까이 있는 다른 개의 프로필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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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슬롯을 누르면 개의 좀 더 긴 프로필이 노출된다

방금 가입했으니, 아마 그는 이용자에게 짖어(Bark)본 일이 없을 것이다. ‘Never Barked at you’라는 문구가 보인다면, 그래서 다른 프로필을 여럿 눌렀는데도 여전히 같은 문구밖에 볼 수 없다면, 잠깐 휴대전화 화면을 끄고 기다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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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개가 근처에서 짖었다는 푸시 알림

짠. 얼마지 않아 푸시 알림이 울릴 것이다. 멀지 않은 곳에서 산책 중인 강아지가 ‘왈’하고 한 번 짖었다. 다시 바크에 들어가 본다. 짖는다. 방금 짖은 것이 누구였더라. 동그랗게 떠오른 강아지 중 예의 강아지를 호출한다. 아까 ‘Never’이 있던 자리에 숫자 ‘1’이 떠 있다. 프로필을 조금 더 살펴보면 그가 자주 짖은 동네를 확인할 수 있다. 살펴보니 그는 방금 내가 짖은 그 동네와 우리 동네에서 자주 짖는다. 조금 반갑다. 친근함을 표시해보기로 한다. 프로필 상단의 별을 누른다.

이제 이용자는 그의 ‘별명’을 붙일 수 있다. 이용자와 그만 아는 별명이다. 바크의 어떤 강아지도 그 별명을 확인할 수 없다. 그렇다고 그 별명으로 이용자가 그를 ‘부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 좀 더 그를 빨리 알아챌 수 있게 됐다. 이제 당신이 짖었을 때 그가 근처에 있으면, 그의 프로필만 분홍색으로 테두리 진다. 프로필 위에는 그에게 붙인 별명이 뜬다.

이것이 전부다. 그에게 말을 붙일 수도 없고, 댓글을 남길 수도 없다. 그가 보이면, 마음속으로 반가워하거나 그를 포함한 불특정 다수를 향해 짖을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보일 때마다 반갑다. 신기하다.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특정 인물과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은 이 정도지만, 내 흔적을 남기는 방법은 몇 가지가 더 있다. 우선, 조금 길게 짖는 방법이다.

중앙 슬롯을 오래 누르고 있으면 우측에 두 개 이모티콘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중 개 모양 이모티콘을 선택하면 10자 이내의 짧은 글을 남길 수 있다. 남긴 글은 일종의 ‘랜덤 채팅’ 창에 기록된다. 메인 화면 왼쪽 상단 아이콘을 누르면 10자 이내의 글을 남긴 해당 구역의 강아지들을 만날 수 있다. 자주 대화가 이어지는데, 신세 한탄, 고민 상담, 응원 등 내용이 다양하다. 혼잣말 릴레이가 펼쳐질 때도 있다. 글자 수 제한으로 누군가의 이름 혹은 별명을 호명하는 일은 거의 없다. 내가 별표한 개가 랜덤 채팅 창에 글을 남기면 메인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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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슬롯을 오래 누르면 등장하는 아이콘. 위의 아이콘을 누르면 랜덤 채팅창에 글을 남길 수 있다

사람 있어요

게시글 형태로 흔적을 남길 수도 있다. 중앙 슬롯을 오래 누르면 노출되는 아이콘 중 아래 아이콘을 눌러서다. 개가 용변으로 자기 구역을 표시하듯, 바크의 사용자는 사진과 게시글을 남겨서 위치와 상태를 드러낸다. 일명 ‘똥바크’다. 근처에 남긴 그 같은 흔적은 메인화면에 ‘똥’ 모양 슬롯으로 표현되며, 개의 용변이 식듯이 네 시간이 지나면 휘발된다.

슬롯을 누르면 게시글을 확인할 수 있다. 이용자는 ‘좋아요’에 해당하는 ‘Happy와 ‘싫어요’에 해당하는 ‘Angry’를 매우 자유롭게 누를 수 있는데, 우선은 누가 좋아요나 싫어요를 눌렀는지 작성자가 전혀 알 수 없어, 무엇을 누르든 께름칙할 필요가 없다. 심지어는 좋아요나 싫어요를 여러 번 누를 수도 있고, 좋아요와 싫어요를 번갈아 누를 수도 있다.

좋아요 하나당 1분씩 게시 시간이 길어진다. 싫어요를 받으면 반대로 유지 시간이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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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첫 똥바크. ‘냥’으로 문장을 끝냈다가 싫어요 폭탄을 맞았다. 이후로는 꼬박 ‘개’ 혹은 ‘멍’으로 문장을 끝내고 있다

이 구역의 대장_탑독

개들의 세계이므로, 2제곱 킬로미터의 이 동네에도 서열이 있다. 일종의 ‘대장’ 격인 ‘탑독(Top dog)’이 그것으로, 별표를 많이 받은 개가 그 동네의 탑독이 된다. 탑독의 프로필 사진과 이름은, 메인 화면 왼쪽 상단 아이콘을 누르면 새로 뜬 창 맨 위에서 확인할 수 있다. 탑독에게는 꽤 매력적인 권한이 돌아간다. 탑독은 그 동네의 이름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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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자주 짖는 동네의 탑독은 동네 이름을 이렇게 지었다

누군가가 짖었다는 푸시 알림을 기자는 ‘네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거기 있다는 것은 안다’는 소리로 듣고 있다. 그러면, 이상하게 마음이 가라앉는다. 내가 누구인지 설명할 필요 없는 사람이 내게 보이는 관심. 부대끼기는 싫고 애정은 얻고 싶은 못된 마음인가 싶지만, 잠깐이니까, 정말 잠깐이니까, 잠깐은 말을 버려도 괜찮지 않을까.

잠시 잠깐, 앞도 뒤도 없이, 맥락도 대상도 없이 부르고 싶을 때 바크를 찾아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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